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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Oct 10. 2020

잘 지내십니까 쌤

조금 보고 싶네요

선생으로 불리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 교생 시절이다. 겨우 4주뿐인 그때는 누군가에겐 직업선택에 믿음을 실어주는 천국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다신 교사를 꿈꾸지 않겠다는 지옥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교생들에겐 이 시절이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생활 지도나 학업 관리에 대한 부담이 없고 학생들도 젊은 선생님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 교육 실습은 좋은 추억 정도의 오래된 과거가 아니다. 지금까지도 특별한 현재이자 미래이다. 7년이 지난 지금도 학생들이 연락을 준다. 실습 기간 동안 만난 학생들이 1년 이내로 저 먼 추억의 사람들이 되는 반면, ‘우리’는 여전하다.      


1년이면, 2년이면 더 이상 안부를 묻지 않을 만한데 1년에 한 번씩 오는 연락이 벌써 7년이다. 참 뚝배기 같은 학생들이다. 단숨에 빨리 친해진 학생들이 아니라 천천히 꾸준히 머무르는 학생들이다. 고3에서 대학생으로, 대학생에서 군인으로 또 취업준비생으로 1년마다 신분이 변한다. 20살이 된 성인들은 인생에 대한 하염없는 기쁨보단 당황을 말할 때가 많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고, 생각보다 책임질 일이 많다는 것이다. 수강신청부터 아르바이트, 자격증과 자기 계발까지- 수능 문제보다 더 높은 난이도의 문제를 푸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어느새 학생들의 신분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교생 때 애들의 말간 얼굴이 예뻐서, 교복을 입은 뒷모습도 사랑스러워서, 그저 학생들의 눈을 많이 바라보았다. 담임반 교실보다 몇 번 들어가지 않은 교실에서 그 신기한 눈빛이 더욱 짙었을 것이다. 내 눈은 그저 너희가 예뻐서 자꾸 보는 것인데, 너희는 그때도 꾀나 외로웠나 보다. 그러니 너희가 다시금 외로울 때 내가 생각날 수도 있겠다며 이해해본다. 깊은 고민이 조금 더 가벼워지고, 흥청망청 어린 20살을 소비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한 치 앞의 미래에도 서로에게 존재했으면 좋겠다.





ps. 그래도 '누나' 호칭은 안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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