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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Nov 03. 2020

학습 성취에서 가장 중요한 이것

주제의 핵심 개념을 파악하는 방법

강사의 고도화된 실력과 학생들의 높아진 이해도 그리고 합리적인 커리큘럼까지 삼박자가 잘 들어맞으면 일단 1차적인 성공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인간의 성취 욕구를 자극하고 일정 수준으로 결과를 끌어올리는 교육의 현상학적 정의이며 학교, 학원 그리고 그 어떤 교육기관에서도 마찬가지의 목표이다.      


그러나 잘 배운 것과는 별개로 결과는 편차를 드러낸다. 각 학교의 전교 1등을 모아놓은 교실에서도 편차는 분명히 생기며 그 편차를 해결하는 것이 학습 기관의 과제이다.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학습 내용 ‘이해도’를 증진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문제지가 곧 평가 기준이다     

전교 1등에게도 권고하지 않는 학습법이 있다면 문제집 양치기이다. 영어를 매우 잘해서 어떤 문제든 잘 풀더라도 문제를 푸는 것과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 문제 푸는 스킬을 앞세운 과시욕을 드러내기 위한 경우였으며 글의 내용에 대한 질문을 날카롭게 쏟았을 때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경우는 없었다. 또한,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수능까지 안전하게 롱런하기 어렵다.


방법은 하나의 지문을 두고 심도 깊은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자료를 고안하는 것인데 자료에서 묻는 질문을 성취 기준에 맞춰서 수행이 곧 평가가 되도록 묻는다. 이는 한 번에 열댓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글의 내용을 일일이 하나하나 묻기가 어려운 시간적 제한을 해결할 수도 있다.


# 문제로 출제한 질문들 예시     


- 모르는 단어

- 키워드

- 문제의 정답 및 근거

- 해석 시 본인에게 어려웠던 문장

- 어법 내용 정리

- 글의 소재, 예시, 중심 내용, 결론

- 전체 지문 직독직해 (구두로 실시, 시간제한)

          

순서 구성과 내용을 가감하는 정도는 있지만 하나의 단문을 두고 위 과정을 대답한다면 아무리 대충 답을 써내 리더라도 글을 이해하지 않고는 올바른 답을  내릴  없다.  역으로 생각하자면 질문에 대답을 쓰면서 글을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1~7번 목차의 제목을 <문제 출제한 질문>이라고 썼지만 원제목은 <평가하기 위한 성취기준>이다. 학생들에게 풀어야 할 문제는  도달해야  목표와 같으며 매일의 목표를 평가로 100% 연결시킨다. 지식의 이탈을 방지하고 나아가 확장하기 위한 방법이다. 만약 위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킨다.

 

영속적 이해에는 빅 아이디어가 남아있다     

목표(질문 및 문제)와 평가를 동일시하고자 했던 이유는 지식의 영속적 이해(enduring understanding)를 지속하기 위해서이다. 학습이 시행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세 내용을 잊는 것은 기억의 구조상 당연하다. 하지만 이해도를 영속적으로 높이는 작업을 거치면 머릿속에 큰 개념(big idea) 이 보다 뿌리 깊게 남아있다. 학습자가 제대로 이해한다면 다음 6가지 것들을 할 수 있다(can)는 것을 의미한다.      

# 영어 지문과 출제 질문의 연결 예시

지문을 ‘왜’ 그리고 ‘어떻게’에 따라 조직적으로 답변을 쓰고(설명) 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메모하며(해석) 다른 비슷한 문제가 나왔을 때 풀 수 있으며(적용) 글에서 본인의 생각과 다른 점을 드러내며(관점) 글을 쓴 화자의 관점을 수용하고(공감) 자신의 모르는 것들 혹은 자신에게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것들을 통찰(자기 지식) 할 수 있으면 이해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지식의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학습이 일단락된 후에도 기본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했다고 본다. 목표와 평가를 이원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일원화하여 바라는 결과와 증거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학습자의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머릿속에 빅 아이디어가 남은 학생들은 이후 후행 학습도 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기대된다.


1980년대 미국이 겪은 심각한 학력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낙오 아동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을 제정했고 평가 전문가인 위긴스와 맥타이는 '백워드 교육과정 설계 방식'을 고안했다. 이 설계는 교육 목표를 설정한 후 학습 경험을 조직하고 마지막에 성과와 평가를 설정하는 포워드 설계 방식과는 달리 바라는 결과(목표)를 먼저 확인하고 학습 증거를 설정한 후 학습 경험(방법)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설계에 의한 이해(Understanding by Design, 1998)가 핵심이다. 내가 다른 평가 방법보다 이 평가에 높은 가치를 두는 이유는 평가가 곧 목표이고, 목표에 도달한 경우 성취 기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즉,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를 모두 고려할 수 있다.

   

피상적인 활동과 기계적인 암기로는 학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학습 성취는 ‘이해’가 전부이다. 그리고 쉬운 이해와 오래 기억에 남는 이해를 위해 방법의 다양성을 생각해야 한다. 영속적 이해를 높이기 위한 나의 한계점이 있다면 학습 성취를 고도로 확장시키기 위해 선생님의 책무성이 높아야 하고 학생들의 시간 대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영속적 이해는 학문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므로 교육의 비인간화와 과도한 경쟁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교육 시스템에 살고 있으며 평가에서 자유로운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공부만 하는 바보도 문제이지만, 사고하지 않는 바보도 문제이다.


         




교육과정은 거시적인 영역이라 설계 전문가들이 따로 있으나 학업 성취를 추종하는 미시적인 일은 가르치는 사람의 영역이다. 이 지점에서 내가 느끼는 바는 비난을 받더라도 선생이 총대를 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공부를 너무 잘한다. 대부분이 잘하고, 대부분이 더 잘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명목과 허울뿐인 인간적 자유만을 내세우는 것은 현장과 거리가 멀다. 뛰어노는 게 더 예쁜 아이들이라는 것을, 그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런 그들과 나는 교과 성적이 좋아야 하는 목적으로 만났다. 제도를 바꿀 능력이 부족한 선생의 노파심이다. 지식과 교과를 가르치는 일을 떠나기 전까진 이 노파심을 놓지 못할 것이다.  



<참조 자료>

Wiggins G. McTighe J. 1998 Understanding by design Alexandria, VA Association for Supervision and Curriculum Development

Wiggins G. McTighe J. 2005 Understanding by design (2nd ed.) Alexandria, VA Association for Supervision and Curriculum Development


<연관 글>

https://brunch.co.kr/@baekseulgi/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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