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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Jun 25. 2020

깨달음

싯다르타는 걷기 시작했다

제가 당신의 제자들 중 하나가 된다면, 저의 자아가 단지 겉으로만, 허위로만 인식에 도달하고 해탈을 얻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 그렇게 되면 저는 가르침을, 복종하는 일을, 세존에 대한 저의 사랑을, 세존의 승단을 저의 자아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 저는 어느 누구도 가르침을 통해서 해탈에 이르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가르침, 더 나은 가르침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가르침이 없다는 것을 제가 알기 때문입니다.  「싯다르타」


싯다르타는 절대 진리를 가르치는 부처에게 항변하듯 말했다. 그는 인생의 넘치는 고통을 자발적으로 감내하고 자기를 극복하고자 감각을 비우는 법을 배워왔다. 하지만, 그 끝은 결국 언제나 '자아'로 돌아왔다. 여러 스승들이 좋은 것을 자신에게 다 알려주었지만 그의 그릇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는 해탈하고 싶었지만 해탈할 수 없었다. 부처에게 자신의 의구심을 쏟은 후 그는 생각했다. 


이 사람의 가르침도 나를 유혹하지 못했으니, 어떤 가르침도 더 이상 나를 유혹하지 못할 것이다.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던 그분들이 나에게 가르칠 수 없었던 것이란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답을 찾아냈다. '그것은 자아다.' 나는 그 의미와 본질을 배우려고 했다. 내가 벗어나려고 했고, 내가 극복하고자 했던 그것은 바로 자아였다. 나는 그것을 극복할 수 없었다. 단지 속일 수 있었을 뿐이고, 도망칠 수 있었을 뿐이며, 다만 그것 앞에 숨을 수 있었을 뿐이다.  「싯다르타」



좋은 영감을 주는 사람, 통찰력을 주는 책, 일상이라는 작은 순간은 매번 가르침을 준다. 배움 그 이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싯다르타는 스승들에게 배울 수 없었던 것이 자아라는 것을 '배우고 나서' 자아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배우겠다'라고 깨닫는다. 아직 생각의 깊이가 부족한 나는 싯다르타의 깨닮음과 같은 반짝이는 느낌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뒤따르는 불안을 안고서라도 나에게 익숙했던 것들을 바꾸거나, 버리거나, 새로 바라보고 있다. 변화에 확신을 갖기 위해 흡수하는 정보부터 바꾸기로 했다. 개인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나 잘났소'의 스킬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스스로 해설을 구한 사람들의 메시지가 필요했다. 내가 시중에 쏟아지는 자기 계발서가 아닌 철학, 사학 그리고 다시 문학으로 눈을 돌린 이유이다. 


당신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그 모든 것들을 헛되이 공중에 날려버리지 않고 적절하게 잘 쓰도록 하기 위함이며, 당신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에고라는 적」 p.29
끊임없이 비판을 수용하고 만족하지 마라. 인생의 적절한 경로를 계속 찾아라. 자만심은 이렇게 하고자 하는 인식과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우리 안의 예민함, 피해망상,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일꺠운다. 「에고라는 적」 p. 112


라이언 홀리데이도 인생의 굴곡과 성패를 겪은 후 '자아'라는 주제를 두고 에고를 통제함과 동시에 에고에 매몰되지 않으며, 에고와 협력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썼다. 칸트나 프로이트를 긍정하든 부정하든, 자아를 긍정하든 부정하든 인생을 잘 사는 방법에 대해 전할 말이 많은 사람들은  '자아(자기, 자신, 나)'를 극복하는 얘기를 빠트리지 않고 한다.  


육식동물이 뼈가 먼저 생기고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고기를 먹다 보니 이빨이 진화된 것이라는 말처럼 '하겠다'라는 행동이 도구를 불러오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인간은 인지능력이 있는 동물이므로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 이 욕구를 받아들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것을 왜 하고 싶은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변화하는 환경에 사는 동물이며 변화 속에는 늘 위협과 위기가 있다. 나 또한 환경 안에 존재하므로 익숙한 편리함이 아닌 낯선 불편함을 인식하게 되고,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만의 변화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일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다만, 0교시 인생 영역을 푸는 가장 확실한 힌트는 '자아'이다. 


<참조 도서>

「싯다르타」-헤르만 헤세

「에고라는 적」-라이언 홀리데이


<참조 자료>

2020년 6월 대학 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문제지 24번 - 다윈설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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