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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Nov 20. 2019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안 울어도 될까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 손미





수많은 연애와 다양한 방식의 사랑에 실패해왔다.  

오래 만난 연인과 결별했고, 곁에 두고 일상을 공유했던 절친한 지인과 작별했다.

친족 날 선 말을 주고받았지만 이내 그만하기로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사소한 다툼이 있었지만, 정작 헤어질 때는 고요하게 멀어졌다.

다음 날 다시 볼 사람처럼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몇 번이나 연락을 해볼까, 다시 불러 세울까 고민했지만 그들과 나는 결국 헤어졌다.




그날 무슨 큰 입장 차이가 생겨서 혹은 중대한 문제가 생겨서 그것을 계기로 이별한 것 같지만 

우리는 사실 알고 있다.



그렇게 멀어지기 전에 이미 수많은 전조들이 있었다는 것,


그때마다 우리는 문제를 회피했고, 다툼은 어른스럽지 않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고  치부했다는 것을.


그 '어른다움'이 결국 우리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다는 것을 사실 알고 있다.



'실패의 역사'라고 부를까. 

너무 가혹하다 싶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수사는 없을 듯하다. 

보다 더 바람직한 애도는 없을테니, 그래 실패의 역사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제 나는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실패의 역사'를 기록한다.


사람을 사랑한 기억을 기록하려고 한다.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실패와 사랑을 반복할까. 두렵고,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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