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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Jan 18. 2020

상대가 나와 달라서 매번 절망한다

아,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서운함이 들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서운함은 내 감정이 아닌 상대의 반응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가령 내 의도와 다른 상대의 반응  혹은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른 상대의 마음

다시 말해서 내 제안에 따른 상대의 거절.

그 방식이 완곡하든 단호하든 내가 받는 데미지는  유사하다.


거의 유혈사태에 가깝다.(ㅠ_ㅠ)



다음 단계는 마음먹기!


다시는 이런 마음을 나누지 말아야지. 혹은 다시는 이런 제안을 하지 말아야지.

내가 다시 너한테 이런 감정을 내비치나 봐라.


다분히 악의적이고 조금 억울함이 깃든 그런 앙갚음의 형태지만  

나는 단순하고, 즉흥적이고 좋은 순간을 참지 못하는 인간인 것을.


상대가 보낸 다정한 말 한마디에

앞서 저런 마음을 먹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나는 오늘 세 번째 거절을 당했다.

그것을 다 세고 있어?라고 물어본다면 반문할 길이 없지만,

세상 쿨한 척 '그래!'라고 했지만 나는 사실 다 기억하고 있다.

(매 순간 기억했다는 것은 아니고, 잊고 있다가 한꺼번에 파노라마처럼 유사 기억이 소환된다)


복수할 거야!라는 마음을 먹었다가,

그런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을 미리 단정짓고 이내 시무룩해진다.



나는 주도면밀하거나 먼 미래를 계획하는 부류와는 다른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다.

지나치게 즉흥적이거나, 순간 감정에 휩쓸려서 결정하는 일이 많다.  흥이 나서, 혹은 그 순간의 기분으로 제안을 하고, 훌쩍 떠나거나, 어떤 일을 시작한다.


그 결과는 어떻게든 되겠지. 닥치면 다 할 수 있지 뭐!라는

나에 대한 '근거 있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추진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지속력이 짧고

호기심이 바닥나거나 에너지가 사라지면 금세 그만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엥꼬 직전의 폭주기관차라고나 할까....








다시 돌아와서 나는 세 번째 거절을 당했다.

모든 연인이 그렇듯이 연애를 시작하고 우리는 정말 다른 부류의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그러니까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반복되는 절망연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일 다름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보고싶으면 그 순간 당장 만나야 되는 사람이고

상대는 보고 싶은 순간, 보고싶다고 말하고 만날 약속을 정하는 사람이다.



내 기준에서 초저녁이면 귀가해서 집에서 쉬는 그,

주말 이틀 중 하루쯤은 무조건 침대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는 상대와 다르게  나는 눈만 뜨면 집 밖으로 나온다.  

커피를 한잔 마셔도 밖에서 마시고 무엇을 보고 느끼는 게 나를 운용하는 추진력이고 동력이다.

무수한 아웃풋으로 아주 적은 인풋을 만들어 내는 인간.


 

나는 완벽한 새벽형 인간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정말 죽을 만큼 힘든 인간이지만


상대는 아침 6시면 하루를 시작하는 인간이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나와 다르게

그는 감정의 기복이 없고, 대체적으로 일에는 계획이라는 게 존재하고 우선순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려면 마지노선 열차가 몇 시인지 확인하는 나와 달리,  그는 약속 장소에 20분 전에 도착하는 방법을 미리 찾는 사람이다.


감정이든 일이든 일상이든 오차 범위 내에서 해내는 그와 달리, 나는 평균치에는 잠시도 머무르지 못하는 양극단을 달리는 인간이다.




그가 나와 다른 인간이라는 이유는 나는 매번 절망한다.

그를 내 페이스로 끌어들이거나, 그의 감정을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없음을 확인할 때마다.

상대의 역치와 내 역치는 교집합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나는 서러워진다.  

절망하고 서운해지고 외로워진다.


그렇다고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지 않고(사실 큰 관심이 없고) 나는 가끔 삐뚤어지고 싶다.

상대를 괴롭히고 싶고, 감정의 파동을 느끼게 하고 싶다.

그런 계획을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상대한테 온 연락에 답장하다가  내가 종전에 세운 복수 계획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기 일쑤다.



이 상황에 앞서 우리의 관계가 진전된 것은

상대가 나와 달리 감정의 낙차가 적고, 안정적인 인간이라는 점에서 내가 안도했다는 사실을 문득  상기한다.

그리고  인간이 그렇다고 이렇게 끊임없이 잊어버리고 다시 회고하기를 반복하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라고 나를 위로한다.


아, 가엾은 내 사랑  (출구없는...) 빈집에 갇혔네.


지긋지긋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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