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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양 Aug 21. 2019

'주인의식'을 공부하며 배운 것

최근 백종원씨가 주인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출처: 백종원의 장사이야기 갈무리

주인 의식이라는 것은 참으로 묘한 단어입니다.


저를 포함한 조그만 회사 대표부터 대기업 오너까지.. 모두 주인 의식은 마치 어려운 이 시대의 대단한 만병통치약 같은 느낌을 주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쭉 키워드 중 하나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시대변화에 따라 인재상 순위의 변동은 있지만 '주인의식'은 여전히 10위권 내에 랭크하고 있습니다.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리크루트 재인용


저 역시 몇 안되는 직원들 속에서 스스로 일하는 직원이 눈에 들어오고, 회사 다닐 때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워크샵을 할 때면 늘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직원'이 후보에 오르곤 했으니 말이지요.




그리고..

주인의식에 대해 묻는 저 질문은 저에게 또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회사 이직을 준비할 때,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회사 연수원에 지원하여 최종 면접 단계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최종단계인 마지막까지 남은 지원자에게 준 과제가 바로 저 질문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줄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제안하시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주고 PPT로 제안서를 만들어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최종합격자를 가리는 전형이었습니다.


최종면접자에게 이런 과제를 낸 것 자체가 얼마나 기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저로서는 아주 부담되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주인의식'이라는 단어에 사실 거부감이 많았던 터라... 거의 5일 동안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주인의식은 여러가지로 학자들마다 정의가 다르겠지만,

 "조직구성원이 합법적인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더라도 대상에 대해서 느끼는 소유의 감정을 뜻한다"

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주려고 하지? 너무 욕심꾸러기 아닌가?

주인의 대우, 주인의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서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닌가?


여러 생각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다.. 결국 경쟁 PT를 이틀 앞두고 저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합니다.


"주인의식을 가지라고는 차마 말을 못하겠다. 또한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한다고 가져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주인의식이 어떻게 생기는가에 주목하고, 그 기제-즉 메커니즘을 발견해서  '의식하지 않고' 주인의식이 생기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렇게 '주인의식'을 공부하게 되었는데요.


결국 그 메커니즘이 무엇인가를 연구하여 정리해 보니 3가지로 압축될 수 있었습니다.


*출처: Pierce et al, 2003



[통제]

실제로 비전 수립을 하거나, 조직문화 핵심가치를 제정하거나, 회사의 그라운드룰을 정하거나 할 때면, 늘 신입사원까지 참여시켜야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런데 사실.. 인사팀에서 근무했던 입장에서 돌아보면, 답은 이미 나와있는데 그 답을 사원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게 하는 것일 뿐인데 말이지요.


[근접지식]

이 부분은 저의 경험과도 일치하는 면이 있습니다.

CJ에서 근무했던 저는 최고경영자 OO님이 몰래 시켜먹던 튀김집, 좋아하던 아이스크림 등 인간적이고 매우 세부적인 TMI 수준의 개인사를 알고 있고, 이런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분명 주인의식의 '무의식적 형성'에 기여하는 것 같습니다.


[투자]

자신이 만든 대상이나 시간과 노력의 투입도 중요합니다.

채용 분야에서 어렵게 면접을 통과하고 들어올수록 리텐션율이 높다는 것은 정설인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주인 의식을 가지게 되면, 그야말로 '주인'이 아닌데 '주인과 같은 의식'을 갖는다는 것이므로 '주인이 아님'을 인식하는 순간 큰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는 점이 큰 부작용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짤리는 것이지요. 실적 부진 등으로 퇴사에 대한 권고를 받게 되면 크게 저항하게 됩니다.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감히 '주인'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실제로 제가 모 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할 때 성과부진자 등을 대상으로 상당히 큰 규모로 '제 2의 인생을 위한 권고'에 대한 메일을 발송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를 떠올려 보면, 저 부작용은 분명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저 3가지를 전략적으로 운용하면 다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까요?

연구 결과이니, 물론 도움은 되겠지만...

이제, 제가 회사를 나와 독립한지 수년이 흐른 시점에서 주인의식을 다시 돌아보면 말이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제 사업에 대한 '주인의식'을 회사 다닐 때의 '주인의식'과 비교해 보면, 그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편차가 큽니다.


결국, 기업 경영자들이 '주인의식 있는 직원'을 찾아다니는 것은 어쩌면 그저 파랑새를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히노 에이타로, 보람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유명한 이 컷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잘나가는 임원 특강을 기획해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해 승진한 임원 분의 특강 요지는 "나같은 임원이 되고 싶나요? 나는 회사에 올인했습니다. 나는 입사 후 몇 년 동안 휴가를 단 3일 썼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마음먹고 회사에 올인해 보세요. 여러분들도 모두 나처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뭐 이런 식의 내용이었습니다.


특강이 끝나고 신입사원들과 밥을 먹으며 어땠냐고 물어보니 한 신입사원의 대답은..

"일단 저는 우리 회사에서 임원될 생각이 없어요." 였습니다...


세상이 이렇게나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경영자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나처럼 일해주는 직원'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 백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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