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 얘기를 하는 건 브런치는 블로거이던 내가 찾아낸 대나무숲과 같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점점 깨닫게 되었다. 나는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보면 솔직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내 얘기와 생활을 전적으로 오픈하기 싫은 마음에 sns를 잘 하지 않는다. 솔직히 카톡과 연락도 잘 하지 않는다.
그냥 다른 사람들 눈에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대로 비춰지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날것의 내 모습이 냄새나고 못난, 찌질한 형태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다.
사실 이것이 나를 갉아먹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애석하게도 완벽에 대한 내 집착은 나를 해롭게 하고 있었다.
문제를 깨닫고 사람들에게 좀 더 솔직해지려 노력하고 나를 좀 더 오픈해보려 했지만,
어렵사리 오픈했을 때의 마음이 그리 개운하지 않았다. 내 민모습이 드러났다는 부끄러움과 앞으로 그 친구가 나에 대해 갖던 생각이 바뀌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등에 오히려 마음이 불편했다. 설사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판단은 그 사람의 몫, 내 손을 떠난 일임을 안다. 사실 그들이 내 못난 모습을 이미 눈치챘다고 느끼기도 한다. 정답은 알지만 풀기 어려운 문제처럼 느껴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다시 나를 드러내는 일이 어려워졌다.
그리고 그건 블로그에게까지 이어졌다. 블로그를 통해 실제로 알게된 사람들이 늘고, 가족들까지 챙겨보기 시작하며 블로그에 최대한 정제된 모습만 남기려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그 제련의 과정이 쉽지 않아 블로그 글을 뚝딱 쓰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브런치는 적어도 나를 아는 사람들이 보진 않으니 60%, 70% 정도까진 솔직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이 와중에도 100% 솔직해지지 못하는 내 모습이 웃기다.)
사실 매번 글을 쓰면서도 자기검열 습관이 발동되어 글을 다 써놓고도 올리지 못할 때가 많다. 막상 글을 다시 읽으면 글이 유치하고 멋없게 느껴진다.
그래도 그냥 다 자라지 못한, 생물학적 출생년도만 96년생인 어린이가 일기를 쓴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이러는 게 자람의 과정이지! 이러지 못했기 때문에 못 자란거야! 생각하면서 ^-^
내가 일전에 내가 책을 낸다면 '나에게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내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앞으로 쓰게 되는 글들이 이런 거라면
아마도 그건 찌질한 백성원을 마주하고,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백성원에게로 가는 길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