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국 면접에서 SBS 순풍산부인과를 외치다

가고 싶은 곳의 면접이 어려운 이유!

by B군



테이블 뒤에는 3명의 면접관들이 있었다.

그 앞에 나를 포함해서 MBC 아카데미 동기들 3명이 앉아 있었다.

가슴에는 MBC 예능국 이름이 있는 수험번호와 각자의 이름을 달고서.


한 면접관이 내게 물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나요?"

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순풍산부인과를 좋아합니다"

면접관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꿈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다시 돌릴 수 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


그렇다!

나는 순풍산부인과와 웬만해서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같은 SBS 시트콤의 광팬이었다.

예능보다는 다큐에 관심이 있었고, 예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지만

주성치와 같은 B급을 좋아하는 나 자신을 보고 예능 PD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MBC 아카데미에서 3개월의 이론 교육이 끝나면 3개월 실습을 하게 된다.

조를 나눠 스튜디오물과 뮤직비디오, 다큐 등을 촬영하게 된다.

한 조를 이룬 연출반 친구들은 인기 있는 다큐와 스튜디오물을 하려고 했고,

나는 양보해서 뮤직비디오를 했다.


그 당시 신성우의 건달의 허세라는 노래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카메라반과 작가반 학생들과 조를 이뤘다.

아직 입봉도 하지 않은 아마추어 학생들이지만 자신들이 다

피디고 카메라맨이고 작가인 듯 우리는 열을 내며 이야기하고 영상을 만들었다.


이 워크숍을 하면서 교육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아카데미 행정반에서 연락이 왔고

MBC 예능국에서 3년 계약직 조연출 자리가 있다고 면접을 보라고 연락이 왔다.

MBC 아카데미에서만 동기들이 있고 3명을 선발하는 자리였다.

같이 수업을 듣고, 웃고 떠들던 친구들이 어느덧 경쟁자가 된 거였다.


하지만 한 번도 면접이란 것을 본 적이 없는 나는

정말 순진하게 크게 경쟁을 한다는 생각도, 준비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았다.

물론 면접시간이 다가 오자 긴장과 함께 떨렸다.

첫 면접인데 어떻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으며

프로덕션이 아닌 지상파 방송국을 갈 수 있는 기회라서

그곳에서 온 누구도 그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면접을 대기하던 우리는 3명씩 이동했다.

크기 않은 회의실에는 테이블과 의자 3개가 놓여 있었다.

테이블 뒤에는 3명의 면접관들이 있었다.

그 앞에 나를 포함해서 MBC 아카데미 동기들 3명이 앉아 있었다.

가슴에는 MBC 예능국 명찰에 각자의 이름을 달고서.


한 면접관이 내게 물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나요?"

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순풍산부인과를 좋아합니다"


면접관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면서 왜 그 프로그램이 좋은지 분석해 달라고 했다.

MBC에 와서 SBS 프로그램을 말한 멍청한 지원자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 후 내게는 아무런 질문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날 집으로 온 나는 이불킥과 함께 살면서 가끔 그 면접을 기억하면서

후회와 함께 많은 생각을 한다.

내 것이 아니었다. 만약에 그때 잘했다면 어땠을까! 등등


지상파 계약직 자리여서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우연히 MBC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크레딧에 올라오는 연출 이름에 같이 면접을 봤던 동기의 이름을 발견했으며,

간혹 카메라에 걸리는 뒷모습에서 동기의 얼굴을 발견했다.

그리고 tvN의 크레딧에서도 동기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들은 나중에 MBC 예능국 정직원과 tvN의 피디가 되었다.


내가 그 자리에 갔다고 잘되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들을 보면서

내가 다른 답변을 하고, 면접을 잘 준비했다면 나에게도 다른 삶을 살 기회는 있겠지.


이런 가정이 의미는 없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

그 첫 번째 기회가 이 면접이었다면

다른 기회는 기대하지 않은 다른 곳에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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