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여명이 재판관의 판정처럼 내뱉어지던 날
멍한 머리를 들고 긴 병원 복도의 널
하염없이 쳐다본다
무엇을 선택하던 후회한다는 사람들의 말
그래도 선택했어 널 살리는 길로.
차를 타고 달리는 두 시간의 여정.
코로나 시국이지만 난민 수용소처럼
발 디딜 틈 없는 병원 대기실
모두가 빈 표정으로 오고 가는 복도
축 처진 팔과 다리 사이로
슬픔이 눈물을 흘릴 사이도 없이
발자국을 남기고 지나가고
의자에서 긴 기다림
의사의 3분 컷 피드백
후회와 속상함이 교차하는 접수창구
또다시 기다리는 번호표
한 노인은 한숨을 들이켜고
한 남자는 휴대폰만 만진다
초초함, 걱정, 미련. 모든 것이
주삿바늘 속으로 녹아져 혈관을 타고 흘러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침묵만이 가득하고
보통의 아버지와 아들처럼
앞뒤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그래도 좋았어
이게 추억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고마웠어. 모든 것을 잘 견뎌낸 네가
하지만 다시 찾은 병원 대기실.
보호자를 찾는 메아리만
빈 의자 사이로 또각또각 떨어진다
널 살리겠다고 온 이곳에 차가운 널
남겨두고 오는 길
식어가는 손길
그 손을 잡고 조용히 되뇐다
고마웠어. 내 아빠가 되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