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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Oct 21. 2023

진보정당에게 총선보다 전략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크리스티 앤더스>

강서구청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해 <시사인>에서 특집 기사로 다루었다. 주로 당선권에 있는 후보들에 대한 분석이 많았지만 진보정당(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후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유의미한 득표가 아니었지만 진보정당을 다루었다는 것 자체는 좋았다. 마지막에 3개 진보정당 관계자의 인터뷰를 소개했는데 편집이 묘하게 진보단일화에 찍혀 있었다. 단일화 실패해서 졌다고는 쓰지 않았지만 총선 때는 필요하다는 뉘앙스로 읽혔다.


민주노총 내에서도 총선방침 결정으로 내부 논의가 많았다. 진보정당이 단일화하여 조합원들에게 단일정당 지지를 호소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다수를 이룬다. 나 또한 선거 국면에 진보정당의 연합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강서구청 선거를 보니 진보정당 단일화 가지고 되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을 풀지 못하고 우연히 도서관에서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라는 책을 봤다. 집요한 선거 통계 분석이 많아 책 자체는 즐겁게 읽지 못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뉴딜 정책에 대한 오해와 현재 진보정당 단일화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뉴딜 하면 대규모 공공 토건 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하여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정책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진보정당 보다 보수정당에서 뉴딜에 대한 슬로건을 많이 사용했다. 책을 읽고 단순한 공공사업을 대규모로 진행한 것만 아니었다.


눈에 띄는 점은 <와그너법>, <사회보장법>, <세재 개혁> 등이 뉴딜의 핵심 정책이었다. 단체교섭권 보장과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는 와그너법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고령자와 은퇴자, 장애인들에게 연금 혜택을 제공하는 <사회보장법>은 약자들을 사회가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심어줬다. 마지막으로 세재 개혁은 부유층의 재산세와 소득세를 인상하여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이로 인해 미국 민주당은 30년간 집권했다.


진보정당 단일화 좋다. 하지만 단일화를 통해서 우리는 어떤 사람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에 대한 대안과 전략이 부재하다. 책의 저자는 기존에 지지자들을 전향시키는 것보다 투표를 하지 않거나 포기한 사람들이 동원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진보 진영에서 최근 '윤석열 퇴진' 투쟁을 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대중의 반응은 차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끌어내야만 다음이 가능하다며 국민의 힘과 윤석열만 아니면 된다는 진보가 있다. 기존 거대 양당 지지자들을 전향시키면 일시적으로 진보정당 지지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전향자들은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책의 저자는 말한다. 결국 진보정당의 대안은 투표하지 않는 대중들을 동원할 정책과 행동을 어떻게 만들것인가이다.


당장 내년 총선보다 진보정당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를 돌파할 전략을 찾는 일이 아닐까.  더이상 보수양당 대신 제3당을 뽑아달라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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