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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Dec 28. 2023

개인의 불안과 우울은 당신의 잘못이 아냐.

자우림 부산 콘서트 'Midnight express'

올해 자우림 팬으로서 특별한 한 해였다.


영화 '자우림 더원더랜드'가 개봉하여 밴드의 무대 뒤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자우림 노래를 들으면 위로를 받았던 이유를 영화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결심한 것은 꼭 콘서트를 가야겠다는 다짐이었다. 방송을 통해 보았던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 직접 만나면 다를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 공연에 운 좋게 좋은 좌석에 자리를 예약하여 부산 콘서트 공연을 보았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개인의 불안과 우울은 당신 잘못이 아니니 걱정 말라'이다. 결국 우리를 둘러싼 사회구조의 모순이 개인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말이다. 방송에서 봤던 모습과 참 다르고 멋지게 보였다.


공연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2009년 앨범에 실렸던 '나사'라는 곡을 불렀다. 밴드 앞에는 철창 같은 무대장치가 있었고 혼란스러운 고장 난 TV의 한 장면을 틀어줬다. 그리고 보컬 김윤아는 깃발을 흔들며 세상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이름도 없는 나사

어머니, 당신은 만족하시나요

내가 왜 살아있는건지 말해줘요

어머니 당신은 만족하시나요

내가 아니여도 세상은 돌아갑니다 

자우림 <나사>


역시 노래를 부르고 자우림답게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소모품처럼 소비되는 개인의 힘듦을 토로했다. 그리고 공연장에서 팬들과 함께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를 외쳤다. 놀라웠다. 이렇게 대중 공연장에서 외칠 수 있는 구호였는가 사회운동을 종사하는 나 같은 사람이 오히려 같이 따라 해야 할지 고민했다. 오히려 나머지 관객들은 소리 지르며 구호를 따라했다.


'나사'라는 곡은 2009년도 자우림 앨범에 실렸던 노래다. 김윤아는 2009년 앨범을 강조하며 그때부터 세상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2009년에는 용산참사가 있었던 해다. 개인적으로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학생운동을 하며 집회를 참여하다 처음 연행되었기 때문이다.


용산주민들은 주거권을 지키기 위해 망루를 세워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처음부터 농성투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끊임없는 정부 지자체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지만 자본의 이윤 앞에 국민의 주거권은 무시되어 농성 투쟁을 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강제 진압을 지시하여 경찰 1명과 철거민 5명이 사망하였다.


물론 2009년 이전부터 사회는 이미 개인의 인권보다 자본의 이윤을 앞세웠다. 하지만 2009년 용산참사는 21세기에도 개인의 인권을 공권력과 자본이 무참히 짓밟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윤아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2009년에는 용산참사를 빼놓을 수 없다.


두 번째 파트는 <샤이닝>과 <이카루스> 등 개인의 슬픔과 우울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했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나를 채워줄 그 무엇이 있을까

이유도 없는 외로움 살아 있다는 괴로움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자우림 <샤이닝>


김윤아는 영화 '자우림 더원더랜드'에서 어린 시절 어려움을 고백했다. 가정폭력을 당했던 기억을 고백하며 당시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콘서트에서도 잠시 언급을 하며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의 메시지로 보냈다. 그냥 힘내자 라는 공허한 위로보다는 누구게에나 마음의 우울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했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개인의 불안과 우울은 당신의 탓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도 영향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혼자 그렇게 괴로워할 필요 없고, 당신 탓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로 인해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우림 멤버들은 2024년 소원을 개인의 명예와 행복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세계 평화', '서로의 몫을 탐내지 않기', '지구의 온도 1도 낮추기' 등 사회의 변화를 희망했다.


마지막 1시간 정도는 무거운 분위기를 내려놓고 대중적인 곡(하하하쏭, 헤이헤이헤이)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 신나게 뛰고 손뼉 치고 소리 지르다 보니 순식간에 앙코르공연이 다가왔다. 마지막 곡은 XOXO라는 곡이다. 노래 제목이 뭔가 유심히 생각해 보니 예전에 유행했던 포옹과 가벼운 스킨십을 의미하는 유행어였다. 사회가 우리의 삶을 옥죄어 힘들게 할지라도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헤쳐나가자고 이야기하며 공연은 마무리되었다. 공연 메시지부터 선곡까지 완벽한 공연이었다.


세상 끝에 혼자 남아 버린 것만 같은 때에도

단 한 번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으니까

돌아보면 언제나 너와 나였으니까

자우림 <XOXO>


좋은 콘서트는 공연 후에 그 밴드의 앨범을 찾아보는 공연이다. 공연 후 자우림 노래만 3일째 틀어놓고 있다. 2024년 그들이 말하는 메시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해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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