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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May 15. 2024

노동자 작업복의 계급성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여름마다 현장에 방문하면 조합원들 온몸이 땀범벅이다. 청소노동자에게 여름이라고 특별한 옷이 지급되진 않는 곳이 많다. 대신 등산할 때 입는 기능성 옷을 개인이 구매해서 입는다. 사용자는 회사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시원한 기능성 작업복 하나 주는 걸 아까워한다. 


작업복 지급 또한 매년 지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재질 또한 인터넷 최저가로 맞춰서 사준다. 심지어 A 공공기관 공무직 청소노동자들 피복비가 예산으로 편성이 되어 있는데 예산을 다쓰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남은 돈은 어용노조 간부와 공무원들이 짬짬이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매년 항의를 해야 제대로 된 옷이 지급되었다.  


이럴 때마다 매번 단체교섭 전에 조합원들이 작업복 이야기를 꼭 한다. 하지만 주요 안건으로 채택되는 경우는 드물다. 임금 인상과 주요한 단체협약 개정 등에 밀린다. 보통 위 사례와 같이 공공기관 혹은 중견기업에 소속된 조합 노동자들 경우만 작업복이 쟁점이 되기도 한다.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시급한 문제 해결로 인해 후순위로 밀린다. 


뉴스나 책 또한 노동자들에 근무조건이나 임금, 갈등 등에 대해 많이 다루지만 작업복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2023년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에서 노동자의 작업복에 관한 기사로 다루었다. 이 내용이 <오월의 봄> 출판사를 통해서 책으로 출판되었다. 


특히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파스타면을 부러뜨리지 않기 위해 고무장갑을 이용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파스타면이 얕아서 기구를 사용하면 다 부러져서 80도의 뜨거운 면을 고무장갑을 이용해서 양념을 비비고 있었다. 언제라도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책을 덮고 맥도날드에서 잠시 알바해던 일이 생각났다. 알바 노동자들에게 작업복은 누가 입던 옷을 이어 입는 존재였다. 여러 번 세탁하여 찌든 때가 빠지지 않는 옷을 입고 일했던 기억이 난다. 매니저에게 새 옷은 언제 주냐고 물으니 금방 사람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옷을 사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고 했다. 나는 3개월 정도하고 그만둬서 새 옷을 지급받지 못했다. 당시에는 알반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 강도만 생각했지 내가 입고 있던 작업복에 대한 부분은 생각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자본은 노동자들이 먹고 싸고 입는 모든 내용을 쥐어짜서 이윤을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 


책을 보내준 <오월의 봄> 출판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단지 좋은 책을 내줘서 고맙다는 인사보다, 일하면서 입는 옷 또한 가장 계급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줘서 고맙다. 


PS. 글을 다 쓰고 생각해 보니 맥도날드 알바할 때 점심 메뉴 또한 만원이 넘으면 먹지 못했다. 새 빠지게 일해도 더블쿼터파운드 치즈버거세트를 먹을 수 없었다. 내 돈 주고 사 먹으라고 50% 쿠폰을 한달에 1번씩 줬다. 일터의 의식주를 분석하는 것도 가장 정치적이고 계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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