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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May 04. 2024

노동운동에서의 산업에 대한 고민

<울산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를 읽고>

나에게 울산에 대한 기억은 두 가지 정도이다. 


2004년 대학교 1학년 때 동지들과 함께 '노동현장 활동'을 진행했었다. 80-90년대는 이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활동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현장의 노동자들의 삶을 함께 해나가며 실제 노동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는 활동이었다. 대학에 들어가 맨날 데모만 하러 다니며 부모님 등골을 빼먹고 살다가 현장에서 일을 하며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선배에 말에 선 듯 함께했다. 3달 남짓 울산에서 생활했다. 당시에는 수십 명의 학생활동가들이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다행히도 쉽게 취직을 했다. 


20살 나이에 서투른 손놀림으로 선임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신기하게 일을 하다 보니 전우애가 쌓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당시 기억이 희미하기 하지만 대부분 현대자동차, 중공업 재하청 업체를 전전하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청 임금이 열악하고 처우가 좋지 않지만 이곳저곳 이동이 가능했던 시절로 기억된다. 내가 일할 때도 매달 신입 사원이 들어왔다. 


2024년 국회의원 후보 지원을 위해 울산을 방문했다. 현대 중공업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데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거리에 달린 플래카드도 영어, 아랍어, 중국어 등으로 적혀 있었다. 울산의 노동 구조가 이중구조를 넘어 이주노동자의 고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었다. 


산업에 대한 고민이 짧아 이런 부분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행히 양승훈 교수님의 치열한 연구가 담긴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를 보고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책은 울산의 산업이 추락하는 이유를 꼼꼼히 추적한다.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노동조합과 산업에 대한 부분이었다. 


울산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보고 보수 언론은 귀족노조라고 탓을 한다. 현차 정규직 노동자는 입사 때부터 호화로운 귀족이었다고 비난한다. 책에서 1987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과 요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노동자들의 요구는 두발단속 폐지, 사내하청 폐지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의 일터의 자율성 등 직장 민주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 후 정규직 중심으로 임금 인상과 복지처우만을 강조하는 노동조합이 된 것은 1997년 IMF를 거치면서부터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리해고 바람이 불면서 노동자들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기회 되면 최대한 벌자'라는 생각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뇌리에 박여버렸다. 그 이후 우리가 알듯이 사내하청 문제가 심각해지고, 자본은 사내하청 노동자들 또한 노조를 통해 노사 분규를 만들자 이주노동자들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책은 울산 디스토피아의 책임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 때문이라곤 말하지 않는다. 대신 노동운동에서도 산업에 대한 고민과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이 없는 상태로 방치하면 지금과 같은 사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늘 부딪치는 문제는 노동자들의 권리 확장과 전체 사회적 문제로 인한 한계점 사이를 어떻게 돌파하는가 이다. 신라대 청소노동자 투쟁에도 부당해고는 잘못된 일이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대 소멸이라는 문제 앞에서 신라대 노동자들만 복귀해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 후 다른 지방대학교 청소노동자의 해고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노정 교섭을 통해 반복되는 지방대 노동자들의 해고 문제에 대해 상생하는 대안을 만드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것을 책을 보고 느꼈다.


치열한 고민을 던져주신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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