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장소에서 회의하기

지루한 회의 의미 있게 만들기 2

by 배성민

회의라는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장소가 있다. 창문도 없는 공간에 둘러 않아 회의를 하거나, 창문은 있지만 빌딩으로 둘러싸여 풍경을 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회의 분위기는 늘 엄숙하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회의가 시작되면 말 문이 막히고, 외향적인 사람도 엄숙한 회의 분위기 속에 내향인이 된다.


노조에서도 엄숙한 사무실 공간에서 회의를 한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적극적인 사람도 있다. 바로 진행자이다. 진행자는 회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앞으로 할 일을 처리하기 위해 회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사무실에서 회의는 새로운 회의 기법을 도입해도 잠시 분위기가 살아나다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기발한 방식은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어떻게 하면 쑥쑥 한 분위기를 탈피하고 너도 나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회의 방법과 기법을 고민하는 일도 중요하다. 가끔은 새로운 장소에서 회의를 하는 게 효과가 있다. 오늘은 노조에서 집행위원회 워크숍이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사무실에서 1년 사업을 평가 및 계획을 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회의를 한다. 워크숍은 기존 회의시간보다 검토해야 할 자료가 많아 3시간은 기본으로 회의를 하는데 엄숙한 사무실에서 진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영도에 있는 카페 '와인드'로 갔다.


요즘 부산 영도 카페가 핫하듯이 '와인드' 또한 영도 풍경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뷰맛집이다. 뷰맛집에 회의를 하면 분위기가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간부들을 데리고 카페로 갔다. 카페는 별도로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까지 갖추어 있어 금상천하의 공간이었다.


회의 주제는 녹녹지 않았다. 윤석열 내란수괴 사태에 대한 토론과 대의원대회 자료 검토를 진행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회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뷰(풍경이)가 내 고민을 한방에 날렸다. 간부들은 뷰가 좋아 회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무실 회의장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심지어 진행자인 내가 시간이 지체될까 봐 끊을 정도였다.


뷰맛집 카페에서의 회의는 참가자들을 솔직하게 만들었다. 보통 사무실에는 공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상하게 카페에서 회의는 속마음을 털어놓게 만들었다. 내란 사태에 대해서도 현재 단순한 정치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는 각자가 느끼는 사태의 문제점, 조합원들이 어떻게 생각하지, 정치 투쟁을 위해 함께할 일 등에 대해 논의를 했다. 진행자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 사태 이후 느껴지는 청년과 중년 조합원들의 개별적인 인생관을 바꾸어놓았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회의 분위기를 바꿔야 할 때가 있으면 평소에도 한 번씩 간부들과 바람을 씔 겸 색다른 장소를 찾아야겠다. 장소가 주는 힘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느끼는 하루다.


1313.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회의 목적을 정확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