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리기 일기 11
2022년 허리 통증으로 인해 달리기를 중단하고 그 후 2년간은 속도와 거리에 욕심내지 않고 달리기 그 자체를 즐겨나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나의 달리기 일지' 또한 허리통증을 딛고 그럼에도 러닝을 꾸준히 해야 하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에 대한 글이었다.
지난 2년간 출근 전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서 주 3회 40분 달리기를 꾸준히 해나기 위해 노력했다. 러닝이 숙제가 되지 않도록 아침 시간을 이용해 공복 달리기를 했다. 초반에는 어려웠다. 러닝을 한 날은 하루 종일 하품을 할 정도로 피곤했다. 점심식사 후는 졸음과의 싸움에서 늘 패배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해나갔고 결국 달리는 날이 달리지 않은 날보다 몸상태가 좋았다. 아프던 허리도 2025년 봄을 지나니 조금씩 괜찮아지고 다시 더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러닝을 시작한 첫 해에 10km를 1시간 안에 뛰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후 단 한 번도 그 기록을 경신한 적이 없다. 최근 2년은 10km를 달려본 경험이 1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에 강도를 높이는 게 두려웠다. 한 번씩 온천천을 1시간 정도 달리기도 했지만 늘 달린 후 허리와 다리가 늘 아프기도 했다. 장래희망란에 대통령이라고 쓰는 학생과 같이 SNS프로필에 하프마라톤이라 쓰고 평생 숙제처럼 남겨두어야 했다.
최근 달리기를 해도 몸무게가 늘었다. 몸무게야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주 3회를 달리는데 몸무게가 줄지 않고 늘어만 갔다. 운동강도가 익숙해지고 건강해질수록 더 많이 먹고 있다는 몸의 신호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가 더 많이 먹기 위해 안정제로 쓰이고 있었다. 운동 강도를 높여야 했다.
그렇다고 달리기 속도를 높이고 싶지 않았다. 숨이 찰 정도로 빨리 뛰어 하루 종일 녹초가 되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결국 시간을 더 늘리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한 발짝에 집중하면 하프도 풀코스도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를 솔직히 느끼기 힘들었다.
한 발짝에 집중한다는 말은 이해조차 어려웠다 40분을 달리기 위해 수천만 보를 내딛게 되는데 한 발짝에 신경 쓸 시간 솔직히 없다.
어떤 날 아침에 나가기 싫은 날이 있었다. 굳이 주 3회 달리기를 지켜야 해서 억지로 달렸다. 억지로 몸을 이끌나 가 40분을 어떻게 버틸지 두려웠다. 몸이 무거운데 40분을 어떻게 버틸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문득 그냥 한 발짝에 집중해 보았다. 40분이라는 시간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한 발짝만 집중하면 그다음 한 발짝도 자연스럽게 내딛게 되었다. 그렇게 잡생각을 버리고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다 보니 40분이 채워졌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장거리 달리기도 한 발짝씩 내딛는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두려웠던 2시간 달리기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익숙한 공간에서는 어려울 것 같아 창원에 주남저수지로 갔다. 속도에 연연하지 않고 1시간 까지는 무난히 뛰었다. 1시간 이후 20분은 초죽엄이었다. 목이 타고 스텝도 불안정했다. 그래도 한 발짝에 집중했다.
러닝을 오래 하면 어느 순간 힘든지도 모른 체 다리가 자동으로 달려진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말로 세컨드윈드(Second wind)가 온다고 학생 체육시간에 시험을 위해 달달 외웠던 기억이 있다. 지난 5년 동안 단 한 번도 세컨드윈드를 느껴본 적이 없다. 목표한 시간이 될 때쯤이면 늘 힘들었고 1시간 이상 뛰면 허리가 아파왔다.
예상대로 1시간 달리니 허리가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한 발짝에 집중했다. 1시간 반 정도 달리니 속도는 점점 쳐졌지만(7분대로 진입) 이상하게 다리는 멀쩡했다.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다리가 그냥 움직였다. 신기했다. 일생에 절대 느껴보지 못할 것 같았던 세컨드윈드를 1시간 30분을 이상 달리며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고 집중력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한 발짝에 집중하며 목적지까지 달려갔다. 결국 목표시간을 초과해 2시간을 훌쩍 넘긴 2시간 6분을 뛰어냈다. 신기하게도 러닝 후 장거리 러닝 후 늘 아파왔던 허리가 멀쩡했다. 또 하나 해냈다는 각성상태까지! 한 번 건강해지기 위한 도약을 했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한 발짝에 집중한다는 말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도 필요한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장래희망을 꿈꾸고, 대학에 가서는 취업, 취업하고는 결혼 혹은 내 집마련 등 끊임없이 미래를 위해 집중한다. 현재 이 순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현재 몸뚱아리와 미래만 바라보는 머리가 불화한다. 인생도 한 발짝에 집중하여 산다면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 장기적인 전망이 없다고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달리기도 인생도 결국 지금 어디로 한 발짝 내딛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원대한 비전보다 지금 내딛는 한 발짝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달리기든, 인생이든, 노동운동이든 모두!
PS)창원 주남저수지 한바퀴 도는 코스는 비추한다. 람사르문학관부터 데크길이 시작되는데 데크는 3~4km만 설치되어 있다. 데크길 끝에서 죽동마을 메타세콰이어 나무길을 보고 돌아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죽동마을로 향하는 길에 찻길이 있으니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