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화 리뷰

현장의 결핍을 이야기로!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전혜정>

by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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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는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는 웹소설 전문가이지만 책은 꼭 웹소설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인물의 결핍이라고 한다!


처음 신라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투쟁에 대한 글을 책을 내기 위해 투고를 했을 때 여러 번 답을 받지 못했다. 투고한 글은 '이야기' 라기보다는 투쟁백서에 가까웠다. 사건 위주로 나열된 글을 관심 가질 출판사가 있을 리가 없었다. 겨우 빨간소금 출판사와 연결이 되었을 때도 투쟁백서보다 나의 이야기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10년 투쟁한 노동자들과 6개월 투쟁에 잠시 함께 했던 내가 어떻게 연결할지 막막했다. 2달 정도 고심 끝에 투고글을 수정하여 겨우 출판사와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수정된 내용은 진보정당 정치인으로 한계를 느낀 나의 '결핍'을 강조했다. 진보 정치인이라고 자청했지만 '현장' 경험이 부족한 나에게 현장이라는 말은 늘 결핍이었다. 현장의 언어와 행동은 머리로만 이해했지 몸으로 습득하기 어려웠다. <현장의 힘>을 통해서는 이런 나의 결핍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현장의 기라성 같은 신라대 투사들에게 노동운동을 배우는 이야기를 투박하게 표현했다.


<현장의 힘>을 쓸 당시에는 현장 노동자의 결핍은 잘 보이지 않았다. 투사의 대단한 모습만 보였다. 시간이 지나자 현장 노동자들의 결핍도 보이기 시작했다. 결핍이 어떻게 노조활동으로 이어졌고 학생운동 출신과 같은 활동가들보다 끈질기게 투쟁을 하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A 현장의 지회장은 늘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이 이끄는 데로 삶을 살아왔다. 늘 뒤에서 소심하게 앞장서는 사람을 따라가는 사람이었다. 그걸 만족하고 살면 이것은 지회장의 결핍이 아니다. 하지만 지회장은 늘 마음속 한 구석에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결국 노조에서 얼떨결에 지회장이 되었고 노조 탄압 속에 결국 혼자 남게 되었다. 포기하고 퇴사하고 나은 직장에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지회장은 끝까지 버티며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5년째 싸우고 있다. 왜 힘들게 버티냐고 물으니 노조탄압하는 사측을 꼭 이기고 싶다고 대답했다. 지회장은 이번만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다. 지금까지 내성적이고 남이 하는 데로 따라가는 것에 못 마땅했던 지회장의 결핍이 강한 투사로 거듭나게 했다.


완전무결한 투사들의 이야기 대신 결핍을 가진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현장을 바꾸기 위해 티격태격하는 이야기가 이제 좀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책을 쓴 전혜정 교수님께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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