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화 리뷰

경게를 허무는 슬램존

펜타포트 3일 일정을 마치고

by 배성민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3일 일정이 끝났다.


15년전 부산락페스티발이 첫 락페였다. 무료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밴드 공연시간에 맞춰서 잠시 다녀오곤 했다. 20대였지만 옷을 버릴까봐 슬램도 물폭탄도 피해다녔다. 그리고 즐기기 위해 점프 하는 것도 귀찮아했다. 락을 좋아했지만 제대로 즐기진 못했던 시절이었다.


40이 되고 락페 3일 과연 가능할지 자신없었다. 20대 때도 몸사리느라 바빴는데 40대가 가능할지. 날씨도 폭염으로 쉽지 않았다. 예상대로 첫날 살짝 뛰었더니 허리가 뻐근했다. 쓰지 않는 근육을 쓴 느낌이었다.


둘쨋날 AAA(혁오 섯셋)의 라이트한 노래에서 슬램을 처음 경험했다. 참가할 생각이 없었는데 뒤에서 달려오니 전진할 수 밖에 없었다. 서로 쩐내를 풍기며 뭉쳐 떼창했다. 숨도 막히고 냄새도 지독했지만 즐거웠다.


재밌는 건 첫날에는 여성들만 따로 슬램하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 직접해보니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것 같아 또 이렇게 노는구나 생각했다.


셋째날 버밍타이거가 전원 슬램존을 만들라고 요청했다. 각자 팀 짤 시간도 없고 둥그렇게 원을 만들고 슬램을 했다. 첫째날 서로 지인과 성별로 나눠하던 슬램의 경계가 사라졌다. 락 스피릿에 그냥 모두 몸을 맡기는 순간이었다. 슬램 후에는 서로의 안전과 물건을 챙기는 훈훈한 장면도 나왔다.


슬램존을 연대의 장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가족-친구-성별 경계를 섞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에서 과연 나와 다른 사람과 공통의 경험을 할 장들이 있을까 싶었다. 문화의 힘이 양극단의 경계도 허물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봤다.


마지막날 9년만에 뭉친 3호선 버터플라이를 보면서 울컥했다.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는 것도 결국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 마음이 느껴졌다.


끝으로 동생과 1년에 한 번은 락페 즐길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로 결의했다! 자우림 김윤아의 말대로 락페를 즐길 수 있으면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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