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을 판정받고 자가격리를 시작하다
코로나 확진 격리로 해제 하루를 앞두고 격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앞으로 확진(?)이 될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글을 적어본다. 단, 60세 이상 집중 관리군은 이 글 보다 공식 채널에 지침을 확인하길 바란다.
코로나19 증세와 감기 증세는 다르지 않다. 처음에 목에 가래가 많이 끼어 잠을 못 이루는 증세가 나타났다. 그 후 콧물이 많이 났다. 평소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있는 상태이고 2월 초에 장염 증상도 있었기에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콧물이 많이 나는 것도 맑은 콧물만 나길래 평소 앓고 있는 비염이라고 생각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감기약을 먹고 있는데 함께 일하는 사무실 동료 한 분이 자가 키트 검사 양성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백신 접종을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가 키트 검사를 했다. 음성이길 바랬지만 양성으로 두 줄이 나왔다. 곧장 PCR 검사를 받으러 선별 진료소를 검색했다. 처음에는 사무실에서 가까운 사설 병원으로 향했다. 선별 진료소로 지정되어 있는 병원이라 PCR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간병원에서는 PCR 검사비를 따로 받는다며 보건소로 갈 것을 추천했다.
발길을 돌려 부산진구 보건소로 갔다. 보건소에 도착하면 흰색, 파란색 방역복을 입은 사람 둘로 나뉜다. 파란색 방역복을 입은 사람에게 자가 키트 양성으로 나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나에게 자가 키트 검사를 받는 줄로 안내했다. 나는 자가 키트 검사를 스스로 진행한 사람인데 안내자가 잘못 안내했던 것이다. (보건소 대기 줄은 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 자가키드검사 둘로 나뉜다)
다시 하얀색 방역복을 입은 사람에게 PCR 검사를 받는 방법과 줄을 안내받고 PCR 검사를 받았다. 여기서 파란색 방역복을 입은 사람에게 세세한 부분을 묻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다. 주로 하얀색 방역복을 입은 사람을 돕는 역할과 질서 유지 등 업무를 맡고 있어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건소 PCR 검사 안내를 정확히 받기 위해서는 하얀색 방역복 입은 사람을 찾길 바란다. 파란색 방역복 입은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로 배치된 것을 이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검사는 보건소에서 상세한 안내는 하얀색 방역복 안내자에게!
PCR 검사는 자가 키트 양성 혹은 밀접접촉자 검사 문자를 받은 사람 등만 가능!
PCR 검사로 코로나 확진 판정까지 반나절 정도가 걸렸다. 결과는 양성이었고 2월 17일 본격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양성 판정은 건조하게 문자로 통보되고 자세한 내용은 부산시에서 제작한 카드 뉴스 형식의 안내문을 참고하라고 한다. 그리고 17일 오후가 되니 금정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부산진구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아 그것이 넘어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 것 같다. 가급적 PCR 검사를 집 근처 보건소에서 받는 게 좀 더 빠르게 보건소와 소통할 수 있다.
보건소에서는 내 상태를 물었다. 며칠 전부터 목감기와 콧물 등 감기 증상이 있다는 것과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다고 말했다. 일반관리군으로 분류가 되어 집에 격리하면서 상태를 지켜보라며 증상이 악화되면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으라고 했다. 더 심각하면 병원 처방을 받으라고 했다.
금정구 재택치료팀에서 문자가 한 번 더 왔다. 병원 처방은 아무 곳이나 간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지정된 병원이 따로 있고 문자를 통해 안내가 된다. 지정 병원을 통해서 전화 상담과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증상이 악화되지 않기에 격리 기간에 병원을 이용하지 않았다.
증상 악화 및 아프면 지정 병원에 상담과 처방!
작년 10월에 결혼을 하여 동거인이 생겼다. 확진 통보와 동시에 동거인은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와이프는 자가 키트를 통해 음성을 받았기에 PCR 검사도 음성이 나왔다. 나와 와이프는 결혼 6개월도 안된 신혼에 코로나로 각방을 쓰게 되었다. 이 놈의 코로나!
아무튼 코로나 재택 격리 상황에서 동거인의 역할은 중요하다. 둘 다 양성이 나오면 꼼짝없이 둘 다 집을 나가지 못하는데 한 명이 음성이면 외부 출입이 가능하다. 단 백신 3차 접종을 한 상태여야 한다. 내 와이프는 3차 접종을 앞두고 내가 확진을 받는 바람에 꼼짝없이 격리를 함께 하게 되었다. (해제 하루 전 PCR 검사 다시 받아 음성이 나와야 함께 격리 해제 가능함)
그럼에도 동거인의 존재는 빛났다. 혼자 살았다면 7일간 밥 먹는 게 가장 걱정이 되었을 것 같다. 보건소 안내에서 아쉬운 부분은 코로나 확산으로 재택 치료자 생필품 지원이 끊켰다는 것이다. 물론 중증 환자 중심으로 치료 시스템이 개편되는 거라 생각하고 아쉬움을 달랬다.
혼자 사는 사람이거나 동거인과 동시에 격리가 되는 사람들 경우 생필품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보건소에서 관내 배달이 가능한 가게와 마트 등을 정리한 표를 확진자에게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 젊은 사람들이야 배달앱을 깔아 음식도 시켜먹고 마트에 배달도 인터넷 검색으로 척척한다. 하지만 노령에 인터넷 문화에 익숙지 않은 경우 배달하는 마트 찾는데 한세월이 걸린다. 이런 부분도 국가가 놓치지 않고 국민을 챙기는 게 필요하지 싶다. 급한 데로 우선 근처 000동 마트를 검색해서 배달 가능한지 전화로 물어보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백신 3차까지 맞고 음성인 동거인이 있는 사람은 병원 약 처방도 직접 가서 받아올 수 있다. 혼자 있는 사람에게 배달해준다고 하는데 과연 증상이 심한 사람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약이 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코로나 격리 속에 누구 하나 챙김을 받을 수 없어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노동조합에 근무를 하고 있어 유급휴가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평범한 직장 노동자에게 격리 기간에 대한 임금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보통 국가에서 중대한 전염병이 걸린 경우 자가 격리 기간에 밖에 외출할 수 없다. 사측 또한 노동자에게 출근을 강요할 수 없는 문제이다. 최근 자가격리에 당연히 유급휴가를 받을 거라 예상했던 노동자가 연차를 강제로 사용하게 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감염예방법 제41조 2항에는 격리 기간 유급휴가 규정이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국가는 두 가지 선택지를 주고 있다.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사용자에 대해서 일 최대 7만 3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하루 일당이다. 유급휴가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확진자가 격리 후 생활지원을 직접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생활지원금은 유급휴가 지원금에 비해 턱 없이 작다. 가구 내 격리자가 1인일 때 3만 4910원, 2인 5만 9000원, 3인 7만 6140원, 4인 9만 3200원, 5인 11만 110원, 6인 12만 6690원이다.
최저임금보다 임금을 더 받는 노동자의 경우 유급휴가를 받지 못할 경우에 7일간 24만 4370원밖에 지원받지 못한다. 세계적 감염병을 전파시키지 않기 위해 강제 격리를 하지만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에 임금을 보전받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현재 대선후보 중 이재명 후보는 재택 치료자 1인당 10만 원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있다. 포퓰리즘 공약이다. 현재 지원제도가 있고 그 제도의 허점을 고치는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무턱대고 현금 지원을 이야기하니 적절치 못하다. 그리고 확진자 1인 10만 원 이면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그리 도움이 되는 지원도 아니다.
현재 자가 격리 중인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상병수당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업무 외 이유로 아픈 노동자를 보호할 제도가 없다. 상병수당은 아파서 쉬는 경우 소득의 일부를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최근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을 많이 다니고 있다. 사측에게 상병수당을 제시하면 업무 외 질병을 왜 회사가 유급으로 휴가를 주냐며 따지는 게 현실이다. 이 부분을 법적으로 보장하여 아픈 노동자가 맘 편히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대선후보들 중 상병수당을 언급한 후보는 진보정당 후보인 심상정, 김재연, 이백윤이고 이재명 후보는 정부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한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전염병이 출몰한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코로나 상황에 대해 디테일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 코로나로 인해 피해 보는 사람이 꼭 자영업자에 한정되지 않는데 유력 대선 주자들은 자영업자 대책만 내놓고 있는듯 보인다. 자영업자 문제도 문제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다양하게 피해를 보는 노동자, 국민에 대해 논의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설령 공약이 있더라도 표가 되지 않기 떄문에 이야기 하지 않는것인가?
상병휴가 필요함!
현재 코로나 치료제는 40세 이상 기저질환자에게만 투여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생명을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우선 적용되는 현실이다. 적절한 판단이라고 본다.
보통 건강한 사람은 감기 증상을 좀 길게 앓는다고 보면 된다. 나는 목에 가래가 차는 현상이 10일 이상 지속되었다. 이게 이후에 어떤 후유증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코로나 회복에는 휴식과 끼니를 잘 챙겨 먹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 점에 있어서는 와이프에게 이번 격리 기간에 많이 빚졌다.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격리 후 물어봐야겠다.
격리 기간 중에 몇몇 함께 활동을 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전화와 카톡이 왔다. 무엇보다 나를 걱정해주는 가족과 동지들의 전화가 격리 기간에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사람이 외출하지 못하고 고립되면 감정적으로 다운이 되는 것 같다. 지금 혹시나 주변에 코로나를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상태가 어떤지 한 번 물어봐주는 게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야기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 격리해야 하는 사람들 아무쪼록 무사히 회복하고 일상에 건강히 복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