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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Sep 11. 2022

소원(所願) 대신 서원(誓願)하자

사찰 스님과 대화 중에 성찰하다 

추석 때 사찰을 방문했다. 


사찰을 방문하면 소원을 빈다. 부처님께 올해는 꼭 잘 풀리게 해달라고 마음을 모아 빈다. 올해 하반기는 <현장의 힘> 책을 출간해서 책이 잘되기를 빌었다. 그리고 노동조합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서면시장, 가톨릭대 투쟁이 올해는 승리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보통 소원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음을 모아 간절히 기원할 뿐이다. 


우연히 사찰에 계시는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절에서 소원을 비는 나의 마음이 깃털같이 가볍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스님은 절에 소원(所願)을 빌러 오는 게 아니라 서원(誓願)을 하러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원은 불교에서 원(願 원할 원)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고자 맹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찰에 방문할 때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기도해도 현실에선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기도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부처님에게 약속하는 행위이다. 이번에 기도를 할 때도 책이 잘되길 비는 행위보다 출간 후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을 맹세했어야 했다. 그리고 마무리 짓지 못한 노조 투쟁사업장과 교섭에 대해서 하반기에 내가 취해야 할 태도와 계획을 부처님께 약속했어야 했다.


<현장의 힘>을 통해서 지방대 청소노동자의 목소리를 드높이는 일을 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지인 찬스를 통해서 책을 반강제로 판매하게 했다. 출판사에서는 생각보다 잘 팔리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지방대 노동자 이야기가 이슈화되고 있지 않다. 이제는 글 자체로서 평가받고자 한다. 신라대 이후 지방대 노동자들의 아픔을 알리는데 노력하는 활동가가 되어야겠다. 우선 가톨릭대 투쟁 알려내고 승리하는 일부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하반기 내가 해야 할 노력을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맹세 해본다. 앞으로 절에 가면 소원을 빌지 말고 부처님께 서원을 약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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