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힘>을 읽고
현장의 힘을 읽고~
마흔 중반의 나이에 신라대 청소노동자로 입사했다. 당시에는 북구로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아이들이 어렸을 때라 학원비라도 벌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고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 같다. 그저 주어진 일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되겠지 안일한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신라대에 입사를 하고 한해, 두 해 지나갈수록 청소라는 내 본연의 임무보다 학교 내외의 전반적인 업무까지 가중되어 젊은 나이임에도 내가 여길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까 날마다 회의가 들었다. 다만 토, 일 휴일에 쉴 수 있었고(그때는 토요일에 반근을 했다) 5시면 칼퇴근이라는 시간적으로 달콤함이 있었기에 여느 회사처럼 잔업이나 특근이라는 강제성에서 벗어나 가정에 더 충실할 수 있는 장점이 되었고 그 점이 오늘까지 근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신라대에 입사했지만 용역업체에 소속되었기에 언제나 갑의 위치에 있는 학교직원들의 지시에 따라야 했고 부당한 업무들이 오래된 관행처럼 당연시되는 게 일상이었다. 매번 그들의 지시에 따라야 했고 용역업체는 다음 해의 용역 입찰을 따내기 위해 계약이 끝나갈 쯤이면 청소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노동의 대가도 아랑곳없이 최저 입찰을 제시함으로 해마다 우리 청소노동자들의 생활을 더 궁핍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청소만 하던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항상 불안했고 억울했지만 항의를 할 수도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 와중에 부산 일반 노조를 만나고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작은 목소리로나마 말할 수 있었다.
두 번의 투쟁이 있었고 다시는, 설마 하며 보낸 시간이 8년이었다. 하지만 세 번째는 학교의 농간으로 우리 모두 집단해고를 당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직접고용을 목표로 114일을 투쟁했고 결국엔 직접고용을 쟁취했다.
일 년 삼 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때의 흥분과 설렘도 희미해졌지만 부산일반노조 배성민 사무국장이 현장의 힘이라는 114일 동안의 투쟁일지를 책으로 출간했다. 읽는 동안 다시금 투쟁할 때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와 잠시 울컥하기도 했고 이 힘든 일을 우리가 해냈구나 나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다.
지방의 사립대학에서 일어난 투쟁이라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묻힐 사연이 되겠지만 책으로 출간되어 개인적으로 몹시 기쁘게 생각한다. 이 책을 계기로 신라대 직접고용 투쟁이 많은 청소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한 더 나은 내일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그 불씨의 시작은 나로부터 이지만 그 불씨가 거대한 불꽃이 될 수 있는 힘은 모든 노동자의 단결된 마음에서만 끝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신라대 투쟁에 내 일처럼 힘 모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