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성민 Sep 13. 2022

신라대지회 정현실 전 지회장 후기

<현장의 힘>을 읽고


현장의 힘을  읽고~  


마흔 중반의  나이에 신라대 청소노동자로 입사했다. 당시에는 북구로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아이들이  어렸을 때라  학원비라도  벌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고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 같다. 그저 주어진 일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되겠지 안일한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신라대에  입사를 하고 한해, 두 해 지나갈수록  청소라는  내  본연의  임무보다  학교 내외의  전반적인  업무까지  가중되어 젊은 나이임에도 내가  여길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까  날마다 회의가 들었다. 다만 토, 일 휴일에  쉴 수 있었고(그때는 토요일에 반근을 했다)  5시면 칼퇴근이라는  시간적으로 달콤함이 있었기에  여느 회사처럼  잔업이나 특근이라는  강제성에서  벗어나 가정에  더  충실할 수  있는 장점이 되었고 그 점이  오늘까지  근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신라대에  입사했지만  용역업체에 소속되었기에  언제나  갑의  위치에 있는  학교직원들의  지시에  따라야 했고  부당한  업무들이  오래된  관행처럼 당연시되는 게  일상이었다. 매번  그들의 지시에  따라야 했고 용역업체는  다음 해의  용역 입찰을  따내기 위해  계약이  끝나갈 쯤이면  청소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노동의 대가도  아랑곳없이  최저 입찰을  제시함으로  해마다  우리 청소노동자들의  생활을  더  궁핍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청소만 하던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항상 불안했고  억울했지만  항의를  할 수도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 와중에  부산  일반 노조를  만나고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작은 목소리로나마  말할 수 있었다.


두 번의  투쟁이  있었고 다시는,  설마 하며  보낸 시간이 8년이었다. 하지만  세 번째는  학교의  농간으로 우리 모두  집단해고를  당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직접고용을 목표로  114일을 투쟁했고 결국엔  직접고용을  쟁취했다.


일 년  삼 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때의  흥분과  설렘도  희미해졌지만  부산일반노조  배성민 사무국장이  현장의 힘이라는 114일 동안의  투쟁일지를  책으로  출간했다.  읽는 동안  다시금 투쟁할 때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와 잠시  울컥하기도  했고 이 힘든 일을  우리가 해냈구나 나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다.


지방의  사립대학에서  일어난 투쟁이라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묻힐 사연이  되겠지만  책으로  출간되어 개인적으로 몹시  기쁘게  생각한다.  이 책을  계기로  신라대 직접고용 투쟁이  많은 청소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한  더 나은 내일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그   불씨의  시작은 나로부터  이지만  그 불씨가  거대한  불꽃이  될 수 있는  힘은  모든 노동자의  단결된  마음에서만 끝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신라대 투쟁에  내 일처럼 힘 모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신라대지회 정현실 전 지회장, 조직부장, 배성민 국장 100일 투쟁 사진 (정남준 비주류사진관)


매거진의 이전글 소원(所願) 대신 서원(誓願)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