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 읽었을 뿐인데, 많은 분들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와이프가 정성을 꾹 담은 <현장의 힘> 리뷰를 써줬다. 아직 책을 못 읽으신 분들에게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리뷰다^^
- 책 한권 읽었을 뿐인데, 많은 분들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신라대 청소노동자 전원해고에 따른 농성현장을 담은 114일간의 기록이다. 제목이 알려주듯 현장은 역동적인 기류를 갖고 있기에, 삶의 문제 앞에 마냥 따뜻해서만도 안 되며 그렇다고 너무 냉철해서만도 안 된다. 다양한 관점으로 소통하고 다방면으로 문제에 접근하며, 이렇게 고심 끝에 내린 판단이라도 옳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곳이 현장이다.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관련 뉴스보도가 떠오른다. 피해자가 보호조치를 원치 않았다는 경찰의 입장이 짧게 담겼다. 우리에게 알려진 ‘원치 않았다.’는 말은 사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언어로 펼쳐진다. ‘스마트워치를 갖고 다니면 계속 사건이 떠오를 것 같아요.’,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피해자인 내가 구속받는 느낌이 들어요.’, ‘(보호조치를 위해)내 사진을 등록하는 게 싫어요.’ 등으로 말이다. 뉴스보도 너머에 숨겨진 피해자의 목소리는 무엇이었을까.
이렇듯 현장의 기록이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소중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알아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고민을 확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보니 책 한권 읽었을 뿐인데, 114일간의 현장의 고민과 많은 분들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니 기뻤다. 신라대 농성현장에는 저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있다. 노조위원장, 신라대노조 지회장, 지회총무, 쟁의부장, 교육부장, 요리사 조합원 그리고 조합원의 가족. 이 분들의 지혜가 담겼다. 아직 완독을 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만 소개하고자 한다.
○일상의 힘! - 장기간 이어지는 농성에서도 일상이 갖고 있는 힘을 잊지 않았던 노조위원장이 조합원들에게 OOO라는 나이스한 제안을 한다.
○조건을 내걸며 한발 후퇴 - 총장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조합원들이 연행될 수 있는 위기에 내몰리게 되었다. 이때 노조위원장이 한 조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표와 방향 잊지 않기 - 복수노조 문제, 생계 앞에서 상처 받은 마음을 붙잡고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간다! 신라대의 노동자 균열내기 시도에 흔들리지 않았던 지회장과 조합원들이 정말로 멋있다.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 쉽지 않은 SNS 홍보, 페이스북 사용법부터 익혀야했지만 나만의 스토리텔링으로 활동가들의 흥미를 끌었던 조합원의 재치를 담은 마성의 한 문장이 기억난다. “농성 들어가기 전날 O을 보러 갔다.”
○정말로! 신의 한수였던 대안제시 - 전원복직을 약속하지만 예산절감을 위해 노동시간은 단축해야겠다는 신라대의 요구에 조합원들은 ___________이라는 협상안을 제시한다.
○제주도로의 힐링여행 - 투쟁에 승리했지만 잠시 일상에서 멀어졌던 조합원에게 제주도 여행을 제안한 가족의 온기에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더 이상 이렇게는 못살겠다. 나도 노조해볼까?”, “노조 진짜 할 수 있는 건가? 만들 수 있는 건가?”, “우리엄마(혹은 가족)가 노조를 한다고 하면 어떡하지?” 등 막연하면서도 두려운 질문 말이다. 이런 고민을 해봤다면 이 책의 다양한 인물들에게 힌트를 얻어 보아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과 신라대지회노동자들의 지혜가 담긴 최상의 팀워크를 보게 될 것이니까.
(저자인 제 남편의 부족함을 one team으로 감싸 안아준 신라대지회 조합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와이프가 낸 문제의 정답을 한 번 맞춰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