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성민 Dec 01. 2022

복수노조 시대 노조 활동의 어려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폐지하라!

"빨간 현수막과 피켓 휴식 공간에 부절 적합니다. 치워주세요."


오늘 광안대교에서 요금수납원 일을 하는 조합원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짧은 시간 인사를 드렸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조합원들 근무 투입 전에 도착하여 휴게실에서 대기하며 조합원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드렸다.


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에게 인사를 했더니 반응이 시원찮았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냉담한 표정으로 탈의실로 들어갔다. 탈의실에서 나오자 다짜고짜 휴게실에 노동조합 현수막과 책상이 왜 있냐며 당장 치워달라고 따졌다. 빨간색 선전물만 보면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며 화를 냈다. 2022년 월드컵 국가대표 유니폼이 온통 시뻘걷고 보수정당의 대표 색깔이 빨간색인 시대에 색깔을 가지고 따지는 게 유난스러웠다. 


어이가 없어 조합원들에게 물으니 다른 노조 조합원이라고 했다. 부산시설공단 현장은 노조가 여럿이라 조합원이 많은 곳이 대표노조로 교섭을 책임지고 있다. 우리 노조는 교섭권이 없는 소수노조로 여러 가지 차별이 많다. 노조 사무실을 공단 측에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결국 휴게실 한 편에 책상을 갖다 놨다. 그 공간이라도 우리 노조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현장 간부들은 노조 피켓과 포스터 등을 걸었던 것이다.  정당한 노조 활동으로 민주노조를 현장에 홍보하는 방식이다. 


황당한 사건으로 조합원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른 조합원이 놀란 표정으로 휴게실로 들어왔다. 차에 치일 뻔 해 너무 놀래 출근하기 겁이 나서 복귀했다고 말했다. 광안대교 요금수납원들은 요금소로 올라가기 위해서 차도를 건너야 한다. 부산항의 경우에는 아치형 통로가 있어 차도를 둘러 안전하게 출근할 수 있지만 광안대교는 그렇지 않다. 위험천만한 상황에 대해 공단은 조합원들에게 형광 조끼와 형광봉만 지급하며 조심해라고만 당부하는 현실이다. 노동자의 안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임시방편책으로 봉합하고 있다. 대표노조는 이 문제를 크게 해결할 생각도 없고 우리 노조 간부들이 건의를 하고 언론 인터뷰를 해도 바뀌지 않고 있다.  


복수노조의 시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로 교섭권이 없는 현장의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표노조의 현장에 대한 방치는 모든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폐지하라! 


매거진의 이전글 금성사 냉장고가 있는 청소노동자 휴게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