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부산도서관 <현장의 힘> 북콘서트 후기
12월 16일 부산도서관 혜윰마당에서 <현장의 힘> 북콘서트 성황리에 마쳤다. 북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책을 쓴 사람은 배성민이지만 투쟁에 고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묻어나게 하고 싶었다.
현장에서 묵묵히 투쟁한 조합원의 목소리가 많이 담겼으면 했다. 어차피 책에 내가 쓰고자 한 말은 다 했기 때문에 북콘서트까지 내 이야기를 구구절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조합원들이 직접 나와 이야기를 하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것 같았다. 정경엽 지회장, 최옥순 전 총무, 박순초 조합원이 흔쾌히 앞에 나와서 이야기해주겠다고 수락해서 직접 조합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투쟁 현장에서 늘 묵묵히 연대하는 활동가 목소리도 담고 싶었다. 사실 114일간 농성 투쟁 중에 연대활동가 없이 버틸 수 없었다. 대가 없이 투쟁에 결합해주는 연대 활동가 덕에 신라대 투쟁은 승리할 수 있었다. 특히 당시 매주 열리는 투쟁문화제에 공연 섭외가 끊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 극단 일터 박령순 동지를 빼놓을 수 없어 노래 공연을 부탁드렸다.
또 북콘서트라는 형식을 띠는 만큼 노래 공연으로 그칠 수 없었다. 당시 묵묵히 연대하며 '연대의 깃발'이라는 신라대 투쟁에 대한 시를 낭송해주신 해방글터 배순덕 시인이 생각나서 초대했다. 배순덕 시인은 초짜 노동운동가인 내가 문화예술 활동가들에게 실수했던 이야기를 하시면서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에 적응하기 위해 섬세하게 배려해주신 박문석 위원장님의 말씀도 요청했다.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셨지만 임기가 끝나기 전에 꼭 부탁드린다고 해서 수락하셨다. 위원장님도 처음에 내가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조금 불안했다고 했다. 투쟁한다고 바쁜데 무슨 글인가 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했다.
그럼에도 위원장님은 단 한 번도 나에게 그런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묵묵히 해나가는 내 모습을 칭찬하며 용기를 주셨다. 당시 깊은 배려에 몸 둘 바를 몰랐는데 행사 당일 또 책에 대해 호평을 해주셔서 부끄러웠다. 노조 활동 시작하고 가장 감사한 분이다.
"첫 만남 노트북 끼고 들어오는 조직부장님 보고 걱정 많이 했어요."
북토크의 시작은 나와 신라대 조합원 간의 첫인상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현장 조합원들은 내가 첫 만남에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현장을 기록하는 모습이 많이 불안했다고 했다. 당시 나는 처음 부산일반노조에 상근을 시작해서 뭐든 기록하여 현장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리고 악필이라 메모장은 어차피 잘 안 봐서 노트북을 사용했다. 아무래도 현장에서는 집단해고 통보로 지금 당장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준비되지 못한 상근자의 모습이 불안했던 것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나눠보니 2014년 투쟁과 2022년 투쟁 양상이 많이 달랐다고 한다. 14년 투쟁은 전쟁과 같이 진행되었는데 22년 투쟁은 시대가 바뀐 만큼 여론전이 더 많았다. 그렇다 보니 몸을 써서 투쟁하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글을 통한 우리의 입장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했다. 결국 노트북이 우리 투쟁을 많이 알리고 책으로 까지 나오게 되어 그제야 조합원들은 첫만남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투쟁 승리의 자부심과 단단함
북토크는 투쟁 당시의 이야기와 책에 대한 이야기로 1시간가량 이루어졌다. 당시 투쟁을 복귀하며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구술로 남기엔 너무나 아까운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동료들과 합심해서 직접고용을 쟁취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누구도 청소노동자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단단함 마저 느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미숙하지만 책이라는 형태로 남겨 앞으로 두고두고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10년의 역사 속에 작은 기여를 한 것 같아 뿌듯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용 안정된 이후 조합원들의 삶에 변화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찰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처럼 고용 문제는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다. 10년간 투쟁으로 고용 안정을 쟁취한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이후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지 꾸준히 소통하며 살펴보고자 한다. 고용 안정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꼭 확인하고 싶다.
신라대지회 조합원들이 북콘서트에 축하한다며 꽃다발과 화분을 나에게 선물했다. 찾아보니 녹보수라고 부르고 대박 나무라고 일명 불리고 있었다. 재물과 행운을 기원하는 나무였다. 지금도 벅찬 행운을 실감하고 있는데 더 많은 대박을 기원한다고 하니 조합원들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마지막 이야기는 신라대 10년 투쟁 승리는 현장 조합원들과 부산일반노조 활동가들 덕이라는 말을 했다. 관객들에게 이 행사가 끝나고 사회운동가들과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현장에서 묵묵히 활동하는 사회운동가들이 지치지 않도록 시민단체, 노조, 진보정당에 후원을 요청했다. 꼭 부탁드린다.
<현장의 힘> 신라대 청소노동자의 이야기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
부산일보 보도
https://n.news.naver.com/article/082/0001189308?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