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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Jan 10. 2023

10년간 노조 명함을 품고 다닌 노동자 이야기

10년간 노동조합 명함을 갖고 다녔던 노동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뒤늦게 듣게 되었다.


작년 신규로 노조에 가입한 현장이 있다. 신규 현장이었지만 단결된 행동으로 사측을 꼼짝 못 하게 하였다. 아직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지만 현안문제와 임금협약서를 작성하는 성과를 얻었다.


신규 현장 사람들이 왜 이렇게 노조에 열정적인가 싶었는데 그 이유를 얼마 전에 자세히 듣게 되었다. 노동조합 활동이 처음이 아닌 분이 있었다. 2010년 경 민주노총에서 현장을 방문해서 노조 가입으로도 이어졌다. 가입을 힘차게 했지만 같이 가입한 사람들이 퇴사와 병가 등의 이유로 빠지는 바람에 혼자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을 탈퇴하지 않고 몇 년간 조합비를 냈다고 한다. 보통 돈이 아까워서 조합 활동이 되지 않으면 조합비를 내지 않게 된다. 혼자 임에도 조합비를 꾸준히 낸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일해보니깐 부당한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잠시 동안이지만 노조 가입하고 사측 태도가 다르다는 걸 체감했어요. 그 후에도 계속 사람들을 노조 가입하도록 꼬셔봐야지라고 생각했죠."


혼자 남아도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서 다시 현장을 재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노동조합 가입에 대한 의지는 놓지 않았다고 했다. 노동조합 간부 명함도 버리지 않았다. 그 명함의 전화번호가 현재 부산일반노조 위원장 번호였고, 10년 만에 부산일반노조와 연결되어 2022년에 현장이 재건되었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이 현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민주노총 상담소로 연결되는 상담 건수도 줄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득권의 전방위적인 탄압은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킨다. 그럼에도 묵묵히 현장에서 부당함에 맞서 조용히 사람들을 규합하는 사람들이 있다. 10년 묵은 명함을 보관한 조합원이 현장을 재건했듯이, 소수의 외침이 집단의 힘으로 발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주변 동지들과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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