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입니다 고객님-김관욱> 리뷰
“고객님의 말 한마디가 고객 응대 상담원을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가 시행됩니다. 폭언 등을 하지 말아 주세요”
한국사회에서 콜 센터 노동자는 감정노동자로 부른다. 감정노동이란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통제하여 고객을 언제나 친절하게 대해야만 하는 일을 말한다. 금천구청에서 디지털단지 내 여성 서비스직 종사자 건강실태조사를 했을 때 우울증 유병률이 27.1%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하지만 <사람입니다. 고객님> 저자 김관욱은 콜센터 노동자의 문제를 감정의 문제로 국환 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금청구청의 실태조사에서도 31.3%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콜센터 노동자는 감정보다 몸의 통제와 아픔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민들에게 감정노동자를 배려해서 고운 말을 해달라는 말보다 안전한 노동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충격적인 사례로는 “휴식 대화창을 닫아라!”라는 이야기였다. 콜센터 노동자는 통제된 공간 안에서 관리자의 지시와 허락 없이는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하다. 이석을 위해서는 휴식 대화창에 화장실을 간다고 말하거나 손을 들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바쁜 시간에는 이석도 화장실도 가지 말라는 명령을 관리자가 내린다. 관리자 승인 없이는 화장실조차 갈 수 없는 현실이다. 철저하게 몸의 생리현상을 통제하며 노동자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저자는 콜센터 노동자의 몸의 통제와 아픔을 넘어서기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저항하고, 몸 펴기 운동을 통해 건강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건강하고 당당한 몸이란 통증의 인내 혹은 해소가 아니라 통증의 발견과 실천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상담사들을 통증을 숨기며 위축되었던 몸에서 탈피하여 통증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드러냄으로써 콜센터 안팎에서 여러 몸들의 진짜 주인이 되고 있었다. -451p(전자책)”
노동조합 일을 하면서 조합원들이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려보았다. 임금 인상과 처우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갑질과 현장을 통제하는 상사에게 통쾌한 한 방을 먹였을 때 가장 즐거워했다. 그리고 조합 활동 중에 집회 참가보다 더 인기가 많았던 것은 몸을 쓰며 함께 땀 흘리는 조합원 등반대회였다.
책을 읽고 미조직 노동자가 노조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이 들었다. 저임금 열악한 복지에 대한 선전 선동도 중요하지만, 각 현장에서 신체를 지배하는 통제에 맞서 싸우는 일도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노동으로 병든 신체를 건강하게 회복하는 활동을 함께 하는 일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최근 사회운동 판에 이야기되는 윤석열 심판 투쟁 또한 권력자의 비리를 밝히고 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투쟁에 몰빵하기 보다는, 일상 속 억압의 고리를 하나씩 끊어내는 싸움을 함께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진짜 실태를 알 수 있는 책이면서도 활동가들이 현장과 무엇을 같이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는 책이기도 한다. 활동가들에게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