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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Apr 09. 2023

배달 알고리즘은 노동자 안전을 위협한다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을 읽고 


박정훈이 책을 냈다고 해서 바로 주문했다. 작년에 <현장의 힘> 추천사를 써줘 내가 밥을 산다고 했지만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부랴부랴 책이 나온다길래 구매 버튼을 누르고 순식간에 읽었다. 


20대 무심하고 한량같이 활동하는 나와 달리 박정훈은 인정 많고 활동에 있어 치열했다. 2009년 학생운동 시절 우리는 용산참사 투쟁을 함께 했다. 그는 우리 단체 대표였고 나는 부산지역 회원이었다. 운 나쁘게 투쟁을 하다가 나와 몇몇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는 도망갈 수 있음에도 회원들을 두고 갈 수 없다며 스스로 체포되었다. 대표자가 잡히면 어떡하냐고 타박했지만 똥고집을 막을 수 없었다. 경찰서 2박 3일 동안 갇혀 있는 동안 나는 잠만 잤다. 그는 함께 연행된 회원들에게 이명박 정권의 올해 정세 전망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고 회원 한 명 한 명 개인 사정에 대해 살폈다. 


친구 사이가 멀어졌을 때도 먼저 연락을 했던 것도 박정훈이었다.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새 책에서도 그의 인정 많은 면모와 치열함이 눈에 띈다. 2017년 경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그는 오토바이를 끌고 왔다. 새 오토바이를 구입했다면 동지들에게 소개했다. 나는 오토바이 바퀴를 툭툭 치며 장난을 걸었다. 그는 정색하며 조심해야 한다며 신줏단지 모시듯 오토바이를 다뤘다. 


배달노동자가 오토바이를 구매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다. 오토바이가 없는 노동자들은 리스라는 제도를 통해 일하는 사람이 업체에 대여료를 지불하며 일을 해야 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일하다 다친 산재 기간 또한 리스비가 나간다는 사실이다. 아파도 리스비 나갈 생각에 배달노동자는 아픈 몸을 벌떡 일으켜 현장으로 나간다. 그가 소중히 다뤄야 할 오토바이를 툭툭 치며 장난쳤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책에서 그의 치열함에 가슴이 뜨거웠던 순간은 배달 알고리즘의 문제를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과 줌(화상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한 이야기였다. 조합원들은 첫 번째 AI 배차 100% 배달하기, 두 번째 AI 배차 자율 수락하기, 세 번째 모든 신호를 지키며 안전하게 배달하기 등으로 나눠 실험했다. 결과는 안전하게 배달하면 소득이 급격히 하락했다. AI 배차 100% 수락하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에 비해 주행거리가 증가하고 시간당 배달 건수도 감소된 수입이 줄어들었다. 심지어 노동강도가 높아져 피로도도 증가하고 위험한 주행도 감수해야 했다. 플랫폼은 노동자의 안정적인 소득과 안전 운행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외에도 책에서 배달노동자의 안전문제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치열한 그와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서문에 박정훈은 신혼여행에서도 일 마감을 지키기 위해 제주도 북카페 투어를 했다고 했다. 가족의 배려에 감사한다고 썼지만 그의 치열함이 때론 가까운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아내에게 박정훈의 모습에 대해 신나게 비판했더니 "당신도 똑같잖아. 1주일 내내 집 비우고 노조활동 하는 사람이 누군데?"라고 반문했다. 나도 그와 똑같이 워커홀릭인데 누굴 탓하리. 


말로만 밥 산다 하지 않고 올해는 박정훈에게 밥을 꼭 사야겠다.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많이 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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