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성민 Apr 16. 2023

이름도 명예도 없이 사라졌던 사람들을 기억하며

이송희일 감독 <제비>를 보고

이송희일 감독님의 <제비>를 보았다.


80년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는 양극단으로 나뉜다. 민주화운동을 미화하거나 독재 정권의 지독함을 폭로한다. 그렇다 보니 386세대 하면 성공한 정치인 혹은 독재 정권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생각난다. 운동에 참여한 이름도 명예도 없이 사라졌던 사람들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제비>는 달랐다. 민주화운동에 등에 엎고 성공한 정치인을 풍자하고, 역사의 피해자를 단순히 동정을 불러일으키지도 않는다. 대신 꽃병을 들고 독재에 맞섰던 학생들의 미시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수 없었던 학생들에게 혁명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꿈꿀 수 있는 사회다. 2023년 한국사회는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꿈꿀 수 있는 사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독한 불평등과 기후위기, 차별 등으로 사회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영화는 젊은 세대에게 386세대처럼 혁명하기 위해 투쟁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엄혹 시대를 살았던 부모세대와 자녀 세대 간의 이해를 시도한다.


정치적 양극단이 극심해지는 시기에 <제비>와 같은 영화는 다른 길을 여는 목소리가 될 것이다.

독립영화는 초반 관객이 없으면 극장에서 내려간다고 한다. 꼭 보시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장 난 선풍기를 주워가며 신이 난 아저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