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귀동의 <이탈리아로 가는길> 읽고
조귀동 선생의 <이탈리아로 가는 길>을 읽고 실패했던 진보정치 활동이 생각났다.
2018년 진보정당인 노동당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당시에는 민주당 문재인 정부 당선 1년 뒤라 여당이 인기가 대단했다. 출마 전에 고민이 많았다. 원내 의석 없는 정당 소속으로 출마해서 과연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게 의미가 있을지 두려웠다. 괜히 혼자 생쑈를 하다가 마음의 상처만 입고 정치활동을 떠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선거 결과는 당연히 낙선. 하지만 선거 후 나는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보았다.
당시 나는 진보정당 간부들에게 욕을 먹으면서 까지 지역 현장성 위주로 활동했다. 사회운동단체 투쟁 대신 지역 주민에 밀착한 활동을 했다. 지역의 관변단체 운영자들과 가까워지기 노력했고 주민들의 민원해결사로서 정체성을 자리 잡기 위해 용썼다. 그 과정은 선거에서 빛이 났다. 함께 어울렸던 주민들이 노동당이 무슨 정당인지도 모르는데 다른 주민에게 나를 알리는데 힘을 썼다. 지역의 현장에 개입하면 진보정치도 되는구나 라는 희망을 얻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보고 절망했다. 나는 구의원 선거 정도는 사람들이 당보다 인물을 보고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내가 인물이 좋다는 건 아니다. 선거 공보물에는 인물에게 투표해 달라는 촌스러운 문구를 넣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부끄럽다.
결과는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였고 그 외 현재 국민의힘 세력이 명맥을 유지하고 진보정당 후보들은 점멸했다. 나 또한 많이 받았다고도 자랑하지 못하는 그렇다고 정말 망했네라고 판단하기 애매한 6% 득표를 했다. 그러나 절망 한 스푼은 마음속에 넣어두고 더욱더 지역에 치고 들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가 2020년에 진보정치인의 활동을 중단하고 노동조합으로 활동을 이전했다.
2019년 조국사태를 지켜보며 정치에서 합리적 이성보다 내 편만 옳다는 생각에 진절머리가 났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의 끊임없는 실책 속에서도 진보정당의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떨어졌고 진보정당 또한 내편만 옳고 적을 상정하는 정치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지역 현장에 밀착해서 활동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이탈리아로 가는 길> 읽고 내가 정치인으로 활동을 할 때 진단은 옳았지만 처방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을 만나고 의제를 발굴해 정치적 해결을 했던 행동은 적절했다. 하지만 정당과 조직이 성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나라는 한 개인의 성장을 위한 처방은 결국 실패로 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길을 중단하고 노동조합으로 와서 뼈저리게 한계점을 반성하고 있다.
책을 읽고 다시금 정치운동에 대한 의지가 솟구쳐 가슴이 뛰었지만 24년 총선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돌파구는 세련된 이론과 구호가 아닌 지역과 현장에 개입하여 정치적 성과를 낸 책 마지막에 소개된 진보당의 사례를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보정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동지들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