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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Jul 09. 2023

장애인 차별 철폐의 그날까지

<전사들의 노래>를 읽고

<전사들의 노래>를 읽고 장애인 두 사람이 생각났다.


첫 번째는 장애인 활동가 J 다. 사회운동을 하고자 결심을 하고 갔던 부산대 평화콘서트에서 그를 만났다. 부산대 선배들이 장애인 활동가들 귀가를 함께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당시 나의 집이 김해라 귀가 시간이 촉박했지만, 장애인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동행했다. 당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도 없고, 지하철 엘리베이터도 없고, 저상버스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장애인으로서 편하게 다녔던 그 길이 장애인으로 난관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그 이후 J와 함께 장애인 버스 타기 운동과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투쟁에 함께 했다.


두 번째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때 만난 성인 발달장애인이다. 성인 중증장애인은 스무 살 이유 갈때가 없는 경우가 많다. 책에서도 박김영희 활동가는 "스무 살까지만 살고 죽으려고 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스무 살 이후엔 뭘 하고 살지 방법이 없었거든요."라는 말을 했다. 내가 맡은 장애인 또한 부모에게 외면받아 케어홈이라는 공간에 살고 있었다. 말을 하지 못했고 혼자서 무엇인가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었다. 그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하면서 서비스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매달 180시간 남짓 그와 함께할 스케줄을 짰는데 케어홈 원장님과 나는 늘 고심이 컸다. 내가 무슨 일이 생기면 원장님이 그를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생활을 지원하는 제도가 생겼지만 공백이 컸다.


책을 읽으며 장애인 운동은 끊임없이 현장과 정치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제도화하기 위한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그 메시지가 허공에 날리는 목소리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당사자들의 요구에 부합했다. 사회운동이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정치가 그것을 받아 제도화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단번에 되지 않고 끈질긴 투쟁 속에 이동권, 활동지원서비스 등이 제도화되었다. 그리고 제도화에 그치지 않고 차별받는 장애인의 삶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서울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22년 이후 계속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부산에서도 얼마 전에 장애인 지하철 타기 운동이 다시 진행되었다. 전사들의 노래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그날까지 울려 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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