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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Aug 24. 2023

국민 세금 받는 정치인 현장에서 이용하자!

현장 투쟁에 돌입하면 정치인과 정당의 개입에 대한 논의가 늘 활발히 이루어진다. 지난 신라대 투쟁 때도 선거 국면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치열했다. 그때 제대로 결론을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자세한 내용은 <현장의 힘> 딜레마 참고, 출간 1주년 기념으로 막간 광고ㅋ)


부산시 공사 공단 민간위탁 노동자들과 현장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 중 정치적 해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진보정당 활동 경험이 있다 보니 보수정당 정치인을 통해 현장 문제를 접근하는 문제에 예민하다. 이번에도 그랬다. 내용에 대해 상세히 듣지 않고 여당 정치인에게 질의를 해보자는 조합원들 요구에 에둘러 안된다고 말했다. 


한 번 정확히 안된다고 하면 다시 이야기가 안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이야기가 나와 무조건 말로만 안된다고 설명하기 어려웠다. <현장의 힘>에 정치 문제와 관련된 텍스트로 읽고 간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 제안했다. 


간부들은 <현장의 힘> 책에 줄을 팍팍 그어 열심히 예습을 해왔다. 나도 질세라 출간 이후 쳐다도 보지 않았던 책을 정독했다. 학습 당일 책 내용을 이야기하며 간부들에게 정치 문제는 신중해야 하며 정치인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은 노조가 배제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산에는 진보정당 혹은 진보적인 야당 정치인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자칫 잘못 접근했다가 현장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간부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다른 제안을 했다. 


"국장님 의중은 잘 이해했어요. 저희가 원하는 것은 우리가 매년 용역업체 바뀌어 입찰 실수로 퇴직금 못 받은 부분에 대해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자는 말이에요. 정치인을 통한 해결이 아니라 정치인을 이용해 우리가 알고 싶은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자는 거죠. 모른다 발뺌하면 내년 총선 때 조지면 되죠!"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보수 정치인이라서 안 돼 라는 나의 태도가 매우 편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부들은 노조 대신 정치인에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시의원들에게 당당하게 우리 문제에 대해 부산시에서 잘못한 부분 좀 알아봐 달라는 요구였다. 


현장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질의와 면담을 하자는 말이었다. 학습을 통해 내가 가르치려고 했던 오만한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현장에서는 이미 정치인들을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들이 문제 해결할 영웅도 아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모임 마지막에는 간부들이 먼저 정치적 문제의 개입에 대해서는 노조와 투명하게 소통하겠다며 걱정 말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또 하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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