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지?
브런치 첫 글은 예상했던 대로 춘천 가는 itx 안에서 쓰게 됐다. 춘천을 다닌 지난 2년간 내가 찌끄리던 글과 소심한 몇 개의 가사는 모두 itx 1호차 3D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기차 안은 늘 조용하고 대성리-가평-춘천을 지나는 바깥 풍경은 나름 운치있고(이것도 매주 보면 무념무상이 되지만) 무엇보다 나는 몹시 할 일이 없다. 개강 철에 숙제를 몇 번 시도해본 일이 있었지만 한시간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에 숙제는 무리(숙제는 언제나 어디서나 늘 무리였던 거일지도)
보통 내가 앉는 자리는 앞에서 말했듯 1호차 3D다. itx의 1, 8호차는 앞에 3번호만 있는 짧은 칸이 따로 있는데 이 칸이 제일 조용해서 늘 이곳을 탄다. D나 A석에 앉는 이유는 창가자리이기도한데 그 중에서도 1, 3번은 콘센트 자리어서 아이폰 전기노예인 나에겐 필수 자리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예매를 다소 느리게 해서 D석에 앉지 못하고 C석에 앉으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그래..폰 새로 살게
긴 글을 정기적으로 쓰던 공간은 싸이 일기장, 네이버 블로그에 이어 세 번째이다. 사실 정확히 따지면 중고등학교때 쓰던 유니텔 미니홈피가 있기도하다. ㅋㅋㅋㅋㅋ 그러나 그곳의 글들은 이제 열람할 수 없으니 패스...페이스북과인스타를 연동해 종종 쓰기도 했으나 어쩐지 그곳은 글쓰기 전용의 공간이 아니니 내가 내 글을 써놓고도 죄짓는 기분이 들곤했다. 읽기 싫은 이들에게 눈 고문 같은 걸 하는 기분이랄까...글쓰기 전용 공간은, 열린 웹공간이라는 건 다르지 않지만 굳이 글을 보기 위해 오신 분들이 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나의 죄책감이 좀 덜하다.
말과 글이 과하게 많은 나는, 역시 어딘가에 이렇게 풀어헤쳐놓아야 병이 없어지는 것 같다.
안녕 브런치
또 한번의 흑역사가 이곳에 남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