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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 Oct 18. 2016

'애정결핍자'와의 연애

연인에게서 '엄마'를 찾지 말아줘요

박제말고 공유하는 당신은 센스쟁이

들어가며




결핍[缺乏]

1.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람. [비슷한 말] 공핍.
- 사랑의 결핍
2. 다 써 없어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누구나 사랑을 많이 받고 싶어한다.
누구나 상처는 있다.
누구나 자신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결핍 역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결핍이 있다고 다 연인을 괴롭히진 않는다는 것. 외려 아픈만큼 남의 아픔도 헤아리고 배려하는 바다같은 마음의 소유자 또한 존재한다.


오늘 말하려는 '애정결핍'은  "나 결핍이니 니가 좀 채워줘" 라는 땡깡이 깔려있는 개념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자 그러면 이렇게 결핍을 핑계로 상대를 괴롭히는 이들은 과연 어떤 행동을 할까. 알 건 알고, 쳐낼 건 쳐내보자.



1.  그들은 위로할줄 모른다


위로는 사실 우러나와서 하는 것이 아니다. 매번 같은 문제로 징징거리는 친구를 보면  누구든 짜증나고 잔소리부터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금 친구가 이 얘기를 들을 상황이 아니고, 지금 더 아픈건 너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내 마음 같은거 잠시 미뤄주고 온전히 상대에게 이입해보는게 위로다.


그래서 제대로된 위로는 그만큼 마음의 자리가 넓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고, 범속한 존재들은 위로한답시고 상대방 기분을 더 더럽게 하기도한다.

결핍자들의 악함은 바로 이 위로에서 빛을 발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만 제일 아프고 힘드셔서 도저히 남을 위로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기껏 한다는 위로가 자기 아픔을 드러내며 "넌 이 정도는 아니잖아" 라는 식으로 상대 아픔 가격을 후려쳐서 면구스럽게 만들거나, 강해지라며 방관하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사실 그들의 불행은 '시시한' 경우가 많다. 또는 딱한 사연이긴한데 너무 자꾸 말하고 그걸 드러내며 이런저런 못난 행동을 용납해주길 바라다보니 비극단물이 금방 빠진다.)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상처 종자들의 이상한 논리 속에 말려 말하다 보면 되려 내가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닌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지금 울고 싶은 건 나고, 그냥 슬플 뿐인데 그들은 마치 상처경연대회라도 나온듯 갑자기 맥락과 아무 상관 없는 자기 인생 슬픔을 내 인생 슬픔과 저울질하고 평가한다.


혹 "지금 왜 맥락과 상관없는 얘기를해 난 그냥 내 괴로운 이야기를 할 뿐이야 경쟁하자는게 아니라" 라고 하면 "난 그냥 널 위로하려고 한 말이었어" 라고 바득바득 우기고 아마 더이상의 설득은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면 그들은 엄청나게 꼬였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지금 얼마나 우스워보이는지도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2. 그들은 꼬였다


결핍자분들과 말이 안통하는 결정적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듯 그들의 속이 바닷가에 쓸려온 폐그물망처럼 뒤엉키고 꼬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의 모든 말과 행동은 단 하나로 귀결된다.


 "나만 사랑해줘!!!"
"세상에서 나만 제일 멋있고 나만 제일 불행해!!!"
"내게만 집중해줘!!!!"


하지만 저게 용납될리 없으니 여기저기서 거부도 당하고,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드러내는건 '가오 떨어지는' 일이라 여겨 사회적 가면을 바꿔 쓰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뭉치고 꼬인다.


상대가 속상한 일이 있어서 말하는 순간에도 자기 얘기만 했으면 좋겠는, 진짜, 말도 못하는 찌질이지만 그들은 꼬였기 때문에 자기를 인정하지 못한다. 여자친구의 반려견까지 질투하는 주제에 꼬이기까지 한 그들은 자신의 사랑 구걸 행동을 '위로', '공정함' 같은 그럴듯한 단어 속에 희석시켜 매번 정신승리하고 상대를 다그치기까지 하니 미쳐버릴 수밖에!


어느 시점에서 적당히라도 엉킨 그물의 한쪽을 끊어가며 성장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칠수록 거대한 엉킴덩어리가 우글우글 생긴다. 사실 모든 인간관계의 폐단이 바로 이 꼬인자들 때문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재하는 글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3. 그들은 공허하다


결핍자들은 흔히 외로워서 연인 곁에 꼭 붙어 따뜻하게 해줄 것 같지만, 슬프게도 연인을 되려 외롭게 하는 경우가 많다. 왜그럴까


그들 중 상당수가 영혼 자체에 나사 한쪽이 빠져서 뭘해도 갈급하기에 목마름을 채우려 여기저기를 정신 사납게 들쑤시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 '여기저기'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애정결핍자라는 사람 중에 '바람둥이'를 자주 봤는데 마음이 허하다보니 누굴 만나도 충족이 안돼 여럿을 취하기도 하고, 자신이 바람 피는 것을 애정결핍으로 합리화시키며 제동걸지 않기도 한다.


모두에게 다 '인정' 받는 것에 목을 매다보니 정작 한곳에서 진득하게 자기 일을 못하고 언제나 불안을 안은채 여기 번쩍 저기 번쩍한다. 어디 하나도 깔끔한 뒷마무리는 못하며 술이나 무언가에 중독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무엇으로든 채워야하기에.

하지만 산만한 그들이 연인에게 바라는 건 '안정'이다. 즉 자신은 칠렐레팔렐레 떠돌지만 연인은 자기가 필요할 땐 언제든 찾을 수 있게 자기 옆에 자리를 지키고 있길 바란다. "내가 바람펴도 너는 절대 피지마"는 영배가 노래로 부를 때나 멋있지 현실에서는 괘씸함 그 자체다.


4. 그들은 연인에게서 '엄마'를 찾는다

그들은 '내가 무슨짓을 해도 용서해줄 엄마같은 연인'을 찾아 헤맨다. 이때의 '엄마'가 그 자신의 실제 엄마와 부합하는지 여부는 상관없다. 오히려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엄마에게서 부족하다 느꼈던 부분을 찾아 헤매는 것이기에. 이때의 엄마는 '상상의 엄마' 정도의 개념으로 보는게 좋다.

그러다보니 자길 받아줄만한 따뜻하고 영민하고 이해심 많고 편견 없을 것 같은 사람을 주로 타겟으로 삼곤 하는데, 주변에 똑똑하고 멀쩡한 언니가 이상한 오빠하고만 자꾸 연애하는건 이러한 맥락과도 관련있다. 사랑이 많은 언니들은 누군가에게 베푸는 것에 인색하지 않고, 결핍자(특히 오래오래 무르익어 한두마디만 섞어봐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귀신같이 알아보는 늙은 결핍자)들은 무성한 인간의 숲 가운데서도 이런 언니들을 잘도 찾아내 불같은 구애로 인연을 맺는다.




5. 그들을 동정하지 말자


결핍자를 무조건 멀리하자는게 아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은 사랑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고, 배부른 둘의 사랑보다 배고픈 이들끼리의 보살핌이 훨씬 아름답고 가치있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건 '동등한' 주고받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사람만 뼈를 깎는 인내와 아량을 발휘해야 하는 건 좋은 만남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로 하나 못받는게 무슨 연애인가.
매번 혼자만 참는게 무슨 사랑이냔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까지도 이 사람은 나 아니면 안될 것 같고, 이 고난의 시간이 지난 뒤에 여러모로 상황이 나아지진 않을지 한가닥 희망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알아둘게 있다.


당신은 이 관계가 여타 땡깡부리는 여자와 받아주는 남자 같은 연인들과 다르고, 특별하고, 그 사람은 나 없인 못산다는 비밀스런 환상에 취해있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진짜 엄마가 아니기에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한다. 결핍만을 채우기 위한 연애는 그 결핍이라는 동그라미에 대충 맞는 또 다른 동그라미로 언제든 맞춰질 수 있으며, 혹여 당신을 통해 '치유' 비슷한걸 받는다면, 그 사랑에 감사하는게 아니라 이제 치유됐으니 다시 자신을 망쳐줄 위태로운 사람을 찾아 떠나거나 치유 자체를 거부하기까지한다. 위의 모든 증상들에서 볼 수 있듯 결핍자들은 자기 스스로의 문제로 혼자 꼬고 틀어져 들어가 앉아있는 것이기에, 결핍자 스스로의 인고의 내적변화 없이 '알량한 사랑' 하나만으로는 절대 네버 행복한 관계는 이룩할 수 없다.



6.  영원히 애정결핍자이고 싶은 '어린이'들과 영원히 보호자이고 싶은 '엄마'들에게


<'어린이'들에게>


상처에서 비롯된 채워지지 않은 과거의 욕망은 흉도 아니지만 자랑할 거리도 아니다. 그로 인해 현재 삶에까지 결핍이 이어지고 고통스럽다면, 그 결핍에 대해 스스로 마주하고 고민하고 성찰하는게 우선이란거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면승부는 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 중 하나이지만 내가 정말로 이겨내고 싶다면 피할 수 없다.


언제나 인연이 없다고 투덜거리고 자길 사랑해줄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화가 나있겠지만 당신은 좋은 사람들을 이미 상당히 떠나보냈거나 그들이 당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이 굴었을지도 모른다. 그마저도 안아줄 사람을 찾으려면 보검이 얼굴을 하고와! (농담) 세상이 밉고 사람에 지쳤겠지만 정말로 포기하고 눈 감고 귀 막고 모두를 괴롭히기만하면 미래는 영원한 과거의 반복일 수밖에. 독거노인의 미래는 남 이야기만이 아니다.


철 좀 드시고 자신의 작음을 인정하시고 교회라도 다니세요 아가페의 사랑은 신만이 할 수 있답니다. 밤에 잠을 못자면 "난 품에 안겨 자야 잠이 와.." 하며 벗은 여자 바꿔가며 끌어안고 잘게 아니라 병원에 상담을 받으시구요. 현대 의학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엄마'들에게>


용납 못하겠는 걸 사랑의 힘으로 꾸역꾸역 이해하지 말고 나 도저히 못하겠다고 해보는건 어떨까. 널 사랑하고 이해하고 싶지만 이렇게는 더 못한다고 말해보자. 이때 극복의지 있는 결핍자는 반드시 타협점을 찾기 위해 애쓴다. 그렇다면 두손 맞잡고 으쌰으쌰 할 수 있는 데까지 사랑하고 안아주자.  

(하지만 혹시라도 애정결핍을 핑계로 화나면 미쳐서 물건을 자주 던지거나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이면 경찰에 신고 + 빠른이별만이 답)


하지만 떼쟁이들은" 못하겠다"는 말 앞에서 "나는 원래 이런놈이니 꺼져"라고 할 것이다. 그럼 진짜 꺼지자. 안죽는다. 헤어지는게 무조건 훨씬 속시원하고, 괴로운거 꾹 참고 연락두절로 두어달만 지나면 얼마나 그 사람이 옹졸하고 개똥철학만 늘어놨는지 내 손발이 오그라들 것이다.


한 부분에 심각한 결핍이 있는 사람과의 연애는 영화에서처럼 결코 로맨틱하지만은 않다. 우리의 사랑을 결핍을 극복할 적극적 의지가 있고, 자신의 아픔을 전이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를 위해 사용해야지, 툭하면 결핍을 드러내며 온갖 못난짓까지 용납해달라는 이들을 참아내는 마약으로 쓰지는 말자.


 당신의 사랑이 쓰일 가치 있는 곳이 너무나 많다는 걸 절대 잊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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