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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 Oct 25. 2016

당신을 놀리고 비하하는 사람과의 연애

'가격후려치기'의 늪


박제말고 공유하는 당신은 센스쟁이



후려치다

 1 .  주먹이나 채찍 따위를 휘둘러 힘껏 갈기다.                                

 2 .  물건값을 터무니없이깎다

. 중간 상인은 애써 가꾼 배추를 반값에 후려치려고 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연애에서의 '가격후려치기'는 2번의 의미가 확장된 것으로, 주로 언어를 사용해 상대방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다. 연애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못난이 리더가 상대의 기를 누르기 위해 이 행위를 한다. 가치가 깎이고 자존감이 꺾인 사람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힘을 잃어서 '지배'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의 능력과 인품을 향상시킬 생각을 안하고, 상대를 비난해 자존감이 떨어지게 함으로써 우위에 있다고 느끼는 것, 그게 바로 가격후려치기이다.  


일단 대표적 예를 들고, 왜 그들이 가격후려치기를 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적어보겠다

1. 무엇이 가격후려치기인가

1) 상대의 외모, 능력에 대한 지속적 놀림

애인 얼굴을 두고 끝없이 놀리는 자들이 있다. 그토록 못생긴 사람과 왜 사귀는지, 대체 이렇게 괴롭다는데 왜 자꾸 놀리냐 하면 '장난이야' 라고 한다. 같이 웃고 재밌을 정도가 아니고 괴로움을 호소해도 멈추지 않는다면 가격후려치기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예전엔 화났는데 지금은 웃기다면 그건 가격후려치기에서 생존하려고 일종의 체념을 해서일 수도 있다. 당신은 못생기지 않았다. 못생겨도 못생기지 않았다. 누구도 당신 얼굴을 점수 주고 놀릴 자격 없다.

2) 상대의 앞날에 대해 비관적 훈수만 늘어놓기  

무언가를 시도해보려 할 때 "너 또 실패할거잖아" "너 또 안할거잖아" 라고 비관적인 훈수부터 두기, 가격후려치기이다.

물론 예외가 있다. 맨날 애먼 사업한다고 정말 누가 봐도 되도 안될 것을 노력도 안하고 일 크게 만들고 사기꾼 말에만 귀 팔랑이고 돈 끌어다 쓸 땐 맘껏 비관해도 좋다. 이런건 가격후려치기가 아니다.

가격후려치기 계열의 비관은 위와 같이 특별한 사고침이나 그리 크고 반복된 실패 경험도 없고, 나름의 잠재성이 있음에도 날개를 자꾸 꺾는 심술이다.

보통은 "니가 열심히 안하니 그렇지" 라고 하는데, 건강한 마인드의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이 뭘 마음 먹고 하는데 잘 안풀린다면 용기를 북돋아주던지 뭐 하나라도 실질적 도움부터 준다. 그런 기억 하나 없이 입만 열면 열심 운운하고 어려운 여건에 보탬될 요만큼도 안하면서 넌 못한다고만 하면 이건 가격후려치기이다.

3) 과도한 남 칭찬

선한 의도의 남 칭찬과 연인의 가격을 깎아내리기 위한 남 칭찬은 결이 다르다. 나의 가치는 조금도 보려 하지 않고 입만 열면 다른 사람 애인이나 배우자 칭찬만 늘어놓는다면, 누군가에 대한 순수한 칭찬이 아닌 당신을 우회적으로 깎아내리기 위한 교묘한 가격후려치기일 가능성이 높다.

4) 상대를 독립적 개체로 인정하지 않으려함

'너 무언가를 홀로 할 수 없고, 인생에서 이룬 과업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는 식으로 끝없이 말하는 것. 선의를 가장해 당신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에 굳이 매번 개입하고 컨트롤 하는 것. 망해도 자기 인생 잘 되도 자기 인생인데, 여기서 말 하나만 바꿔 '망하면 니 인생 잘 되면 우리 인생'으로 치환해 공덕을 빼돌리는 것. 아내폭력범이나 권력형 성폭행범들이 흔히 하는 수법 중 하나이기도 한 이 행위 역시 가격후려치기의 일종이다. 이를 통해 피해자가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자립할 수 없도록 하고, 집착과 폭력을 합리화한다.

혹여 실제로 그 사람의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거나 커리어에 일정 부분 도움을 받았더라도, 좋은 사랑이라면 그것은 생색내고 상대를  무지랭이 취급하지 않는다. 당신이 정말 최선의 노력을 했고, 상대가 거기에 날개를 달아줄 여력이 되어 기쁜 마음으로 행한 선의는 충분히 서로에게 좋은일일 수 있으며 절대 가격후려치기적 말과 행동을 동반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격후려치기가 동반된 금전적 지원과 커리어의 도움은 그 사람이 당신의 행복을 위해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당신을 아이취급 하며 자신의 위치가 높다고 느끼거나, 병든 자신 옆에 붙들어 두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무기로 쓴 것일 뿐 결국 그 도움을 무기로 더 큰 정서적 육체적 폭력을 감내해야 할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위에 네 가지 상황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연인의 외모는 끝없이 놀리고 비난하면서 입만 열면 연예인이나 다른 사람 외모 찬양, 당신의 능력은 하나부터 열까지 무능함 취급 하고 그래서 넌 혼자 일 수 없다고 결론 짓기 등이 그것이다.


2. 그럼 대체 왜, 자기가 사랑하고 자기 곁에 있는 사람 가치를 깎는 것인가

1) 그들이 소인배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싫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거면 애초에 사귀지를 말던지 아니면 진작에 헤어졌어야한다. 하지만 굳이 옆에는 있고, 자신의 행위를 다른 말로 합리화하며 끝없이 괴롭히는 그들, 소인배이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건강하게 높은 사람은 상대의 가치를 함부로 깎지 않는다. 내 자존감은 높은데 상대 자존감이 낮아서 좋을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정말 단순하다.

그래서 소인배들은, 상대를 비난해 가치를 깎았다 '믿으며' 정신승리를 해야만 연애 호흡이 가능하다. 그들은 관계를 일종의 게임이나 전쟁처럼 여겨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자기가 '갑'이 되야만 하겠는데 갑이 될 정당한 능력은 없고, 속은 좁고 상대는 마냥 만만해보이지 않으니 고작 가진 세 치 혀를 사용해 후려치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갑'이 됐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연애는 동등한 두 사람의 동등한 행복이라는거 알지도 알려하지도 않는다.


누구도 관계에서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으며 냉철한 자기 반성이 가능한 대인배라면 꼬마시절부터 경험하던 모든 관계들에서 자신이 충분히 못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듬으며 성장한다. 그 성장 과정이 매우 힘겹고 슬프단 걸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이를 함부로 비난하거나, 장난을 가장해 까내리는 짓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혹여 어떤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한번 나오더라도 그에 대해 괴롭다고 지적했을 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배들은 그 인정조차도 할 수 없던 존재들이어서 이 관계에서 a-z 까지 뭐 하나 잘난거 없는 자신을 인정하고 개선하려 하는 대신, 그럼에도 너란 인간을 사랑한다 말하고 연인으로 손을 잡고 으쌰으쌰 하려는 상대에게 고마워하는 대신, 상대의 가치를 깎아내려서 우주를 못난이 세계로 만든다.

지속적으로 상대의 놀릴거리를 만들고, 상대가 주눅들게 만들고, 그래서 실제로 상대가 지치고 작아져서 실패까지 하는 그 더러운 프레임 안에서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 부분을 지적하면 스스로는 결코 인정하지 않고 이 모든것이 너의 못남 때문이었다 악을 쓸테지만, 옆에서 누군가 지속적으로 싫은 소리를 할 때의 힘은 어마어마하며 이것은 100% 가격후려친자의 잘못이다.

2) 그들이 여혐론자이기 때문이다


이성애자 커플에서 후려치기하는 사람이 남자일 경우 이것은 그의 안에 숨어있던 여혐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이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자존감 없는 소인배인데 좀 더 교묘하고 악하다. 이런 사람 같은 경우에는 언뜻 볼 땐 능력 좋고 자존감도 정말 많아 보이는데 연인인 나를 항상 깔고 뭉개는 존재일 것이다.

'여자'가 '남자'인 자기보다 연봉이 높거나, 대인관계가 좋거나, 만사에 쿨하고 강인한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사람, 자신이 생각하는 여자는 자기에게 매번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독립적이면 안 되는데 여자 주제에 컴퓨터도 잘 알고 뭐 하나 남자인 자기 의견이 '호락호락' 안먹히는게 분하고 용납 안 되는 사람.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의 프레임'에 가두려고 가격후려치기라는 칼로 팔 다리 뚝뚝 자르는 사람, 여혐론자이다.


3. 대책은요

1) 당장 벌어질 싸움을 일단 대처해봅시다: 그들과 논쟁하는 방법

- 문자나 전화로 싸우지 않는다.


그들은 일차적으로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공감을 거부한다. 내면에 솔직하지 못하기에 배운사람이건 못배운 사람이건 꼬인 언어를 쓴다. (꼬인 언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바로 전 편 <애정결핍자와의 연애>를 참조해보세요:) 모든 일에서 그냥 '이기고 싶다' 밖에 없어서 논쟁의 핵심에서 벗어나 들리는 단어 단어들의 말꼬리만 잡고, 자기가 이해 안가는 말들은 자꾸 건너뛰고 다른 말을 한다. 시종일관 무례한 톤과 단어를 사용하고 이를 지적하면 아닌척한다. 팩트에는 집착하면서 핵심은 무시한다. 이런식의 대화를 얼굴도 안보고 하다 정신이 분노로 불타고 싶지 않다면 문자나 전화로 싸움은 삼간다.

-  만나서 눈을 똑바로 보고 천천히,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지적한다.


자기의 무논리가 하나하나 파헤쳐지는거 자체가 그들에게는 뒤집어지는 일이다. 사랑으로 다정하게 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모욕적 언어를 쓰거나 너무 톤을 높히면 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갑자기 욕을 하거나, 소리지르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심한 경우 때리거나, 강간을 하려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되도록 차분하고 명료하게 말하되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술 먹고 논쟁하지 말고 주변에 이 상황을 간략히라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 두는 것도 좋다.


- 말을 짧고 단순하게 한다


너는 지금 가격후려치기를 하고 있으며 난 그 가격후려치기가 기분 나쁘고 너의 말과 같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해도 충분하다. 나에 대한 조롱과 비난과 비교가 듣기 싫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상대는 '너에 대한 걱정' '장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쓴소리' 라는 식으로 계속 합리화 할 것이다. 이 패턴에 넘어가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그게 아니라고 길게 설명하고 대응할 필요 없다. 어차피 알아들으려 하지 않을테니. 단호하고 짧은 말로 반복, 못알아들으면 이별을 고려하기 충분한 상황이다. 그대로 두는건 내 미래가 천천히 그러나 총체적으로 좀먹히는 일이다.



2) 자책하지 말기(오늘의 중요도 별 다섯개)


당신은 잘못이 없다

당신이 소위 세상에서 말하는 '객관적 가치 기준에 부합되는게 많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연인이라는 사람한테까지 비난 당하고 괴롭힘 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 혐오는 자기 스스로도 이미 너무 많이 하지 않았는가. 사랑의 최장점, 사랑의 유일한 마법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는 당신이 객관적으로 못났고,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이기에 일어나는 일이 절대 아니다. 당신이 객관적으로 어떤 사람이건 간에 못난이들과 관계를 맺으면 가격후려치기는 누구든 당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난 것 또한 잘못이 아니다. 짜증나는 흑역사는 누구든 있을 수 있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그저 자기 자신으로만 살았을 뿐인데 소인배들은 그런 당신을 보며 위기를 느끼고 칼을 댔을 것이고 당신은 자기 반성에 능한 사람이라 부조리함과 고통은 느껴도 늘 자기 스스로만 반성하고 자책하며 시들었을 것이다. 상처 많은 당신은 비난받는 것에 익숙할지도 모르고, 자신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쓴소리도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영문도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자기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몸부림 쳤을 것이다. 이런 찌질이와 당신이 대체 왜 만나는지 남들은 이해 못한다면, 그건 당신이 몰라서가 아니라 지속적 가격후려치기로 인해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갈 의지가 꺾여서 일지도 모른다.


"여러분 세상에 반드시 한명이라도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사람이 있어요" 라는 뻔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세상 각박하고 사람 만나기 힘든거 사실이며 좋은 사람은 더더욱 만나기 힘들다. 하지만 '욕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도 있는게 낫지 이 마저도 없으면 아무도 나와 연애할 사람은 없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명심하자, 인생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맡기고 내 영혼을 축소시킬만큼 연애라는게 대단한게 아니라는 것을. 당신의 진정한 인연이 어디에 있는지 나는 알 수 없고 진정한 인연 따위 없을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거 하나는 병든 관계를 꾸역꾸역 유지하는 삶보다 누구의 무엇도 아닌 혼자로 사는 것이 훨씬 밝고 건강한 미래라는 것이다. 또한 이런 관계를 맘먹고 한번 끝내보는건, 세상에 그 어떤 일보다 큰 성취감을 준다.





당신은 혼자서도 충분히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혹여 당신이 누군가와 연애하거나 결혼한다면, 그건 이미 혼자서도 아름다울 당신과 함께 두 배의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는 역시 혼자서도 아름다운 사람과이지 당신의 가치를 깎기만 하려는 사람과는 아닐 것이다.

이 매거진의 시작에서도 말했지만 만남과 헤어짐을 내가 결정할 순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리고 진심으로 바라는 건 최소한 비겁한 자들의 못난 말들로 자신을 미워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나의 부족함이 있다면 내 스스로 개선하면 된다. 계속된 정서적 학대에 자신을 방치하지 말자. 이미 너무나 목 말라서 날개가 꺾이고 날아오를 힘이 잃은 당신에게 내 마음을 다해 생수 한병이라도 던지고 외치고 싶다. 어서 그곳에서 나오라고. 할 수 있다고.


자책이 무서운건 혹여 그 관계가 끝났더라도 자신을 혐오하고 작은 존재로 평가하게 만들어서 그 존재가 사라졌음에도 오랜 시간 스스로를 불행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존재가 사라짐으로 모든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다. 밥 잘 먹고 잘 자고 일기 쓰고 착하게 살자. 그럼 일단 된거다.

원인을 알았으니 스스로 상처받지 말고 상대의 문제를 지적하고 격론의 현장에서 담판을 지어보자. 몇 차 회담이 돼도 좋다.


살아남자.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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