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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 Dec 16. 2016

약속되지 않은 관계의 지저분한 지점 3탄

왜 그들은 애인과 헤어지지 않고 당신을 만날까

박제 말고 공유하는 센스


이 칼럼의 시작을 <약속되지 않은 관계의 지저분한 지점> 이라는 글로 시작했다. 1,2편에 걸친 그 글들은 공유수는 특별히 많지 않았는데, 압도적으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관련 상담 문의가 제일 많이 들어왔다. 슬픈 일이다. 공유하기에는 비밀스럽고, 어디 자랑할 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고민스럽고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지난 1편은 두루두루 이런 상태의 사람들에 대해 서술한 글이었다면, 이번 3편은 구체적으로 '애인이 있으면서 당신과 만나고 있는 존재' 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다.


1. 그들의 변명

그들은 자기 애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자기 애인은 자기를 이해 못한다
잘 안맞는다
우린 맨날 싸운다
매력 없다(음악을 모른다, 이기적이다 등등)
곧 헤어질 것이다
너는 정말 나랑 잘 맞고 너랑 있으면 행복하지만 '현실적인 이유' 등이 있어 당장은 애인과 못헤어진다.

라고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당신은 아마 더 쿨하고 싶을테고 그 사람의 애인에게 없는 매력(보통 '이해' '쿨함' 같은 것)을 갖춘 사람이고 싶어할테지만, 기억하자.

이유 불문 지금 그 사람 옆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의 애인이라는 것을.

내 몸은 거기에 있지만 마음은 너에게 있다는 말이 개소리인 이유는, 사랑은 분명한 행동을 수반하는 행위이지 정신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조선시대 뒷방 기녀가 아니다. 같이 있는게 사랑이고 안방에 들어가 앉아있는 사람이 사랑이다.

여기는 21세기이고 민주주의 사회이며 신분의 제약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하는데 어떠한 조건도 없다. 그 사람들이 무슨 얼마나 대단한 제약이 있어서 이별을 못하겠는가, 애초에 헤어질 마음이 없고 결핍은 있으니 당신과 그 결핍이나 채울 생각인 거다.



2. 그들이 원하는 것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 결핍은 와이프랑은 못하는 화끈한 섹스이거나,  그에게 질려버린 오래된 여친하고는 안통하는 이상주의적 얘기 정도이기에  당신이 그와 하고 싶어하는 '양지에서의 생활 속 관계'를 그 사람은 당신과 영위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생활'이라는 것은 사실 얼마나 대단한 커플이건 간에 현실적이고, 지루하고, 답답해진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고, 서로 깊은 이해와 재미를 공유하는 커플의 행복은 서로 현실 얘기하며 물어 뜯기만 하는 이들의 사랑과 비교할 수 없는 것 또한 맞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에게 정말 필요한게 이해와 존중, 소통일까?


3.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문제는 당신이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은, 사실은 연애에서 연인과의 이해와 재미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런 연애를 했거나, 아니면 뒤늦게라도 그게 잘 맞는 당신을 만나 그 전 연애를 얼른 청산한다. 그 사람은 결국 당신에게는 말하지 않은 현애인의 무언가를 훨씬 가치있게 치고, 그 가치를 갖기 위해 치뤄야 하는 대가(외로움, 답답함) 정도를 당신을 통해 풀 뿐이다. 밤에 가끔 만나고, 자신을 아쉬워하고 멋있어하는 당신을 소비하는 걸로 충분할 것이다.


4. 거듭 말한다, 두 달의 신비


사실 누군가 당신을 진지하게 만나고 있을수록 오히려 양다리는 오래 가지 못한다. 둘 중 하나를 늦어도 한두달 안에 정리한다. 그건 당신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애인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인을 사랑하겠고(또는 했겠고) 쌓인 시간과 의리와 정이 있을텐데, 당신도 똑같이 사랑한다면 누구 한명과 밥 한끼 먹는 자리도 죄스럽고 괴롭기 때문이다. 이걸 오랫동안 한다? 말이 안 된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기 빨리고 힘든 일이다.

이게 가능하다는 것은 당신을 향한 마음이 힘들 때 마시는 소주 한잔 정도의 마음이거나, 그 사람이 소쇼패스 기질이 있어서 뭘 해도 본인 마음에 짐이나 양심의 가책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약속되지 않은 만남의 지저분한 지점> 2탄에서 언급했듯 당신은 사랑이 많고 이해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그들은 절대 이기적이고 속 좁은 사람을 타겟으로 삼지 않는다. 너무 짜증나지 않는가? 따뜻한 마음이 이런식으로 이용돼야 한다는 것이. 세상은 지옥이기에 회사에서도 능력자가 더 일 많이 하고 고통만 받고, 사랑이 많은 사람도 마음 차가운 이들보다 상처받을 일이 더 많다.


그래서 결국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 이 마음을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다. 2016년의 마지막 달, 새해를 기다리는 이때에, 독 있는 감자싹은 깨끗하게 도려내고 새 마음으로 뚜벅뚜벅 새해를 향해 걸어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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