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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 Dec 20. 2016

이별에서 드러나는 나의 민낯

박제 말고 공유하는 센스




이제 몇 번의 이별인지 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별을 했다. 공식적 남자친구와의 이별 횟수들도 가물가물할 지경인 이때, 홀로 마음에 담아뒀던 이, 애매한 관계였던 이들까지는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정확히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많이 괴로워했고, 정도(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보다도 늘 유난을 떨어서 곁에 있던 친구들이 보기 힘들어했던 것들만 기억이 난다.


어떨 땐 꽤나 오래 만난 사람인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고 홀가분하고 좋기만 한 내가 괴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떨 땐 분노와 미움과 슬픔으로 뼈가 마를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돌이켜봐도

딱 한 번을 제외하고 그리움, 아련함, 사랑, 아쉬움, 후회 같은 걸로 이별 한 뒤 오래도록 울어본 적은 없다는 걸 30대가 돼서야 깨달았다.


누구보다 요란하게 잘해주고, 헤어지면 요란하게 울고 곡기를 끊고 얼굴 가득 이별을 써붙이고 다니던 나이지만 이별 후 고통의 시간에 날 이끌고 가던 격렬한 감정은, 엄청난  억울함과 화뿐이었나 보다.


누구도 아련하고 따스하게 남은 사람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일까.

다들 헤어지고 나면 사실 어떻게 되건 말건 상관없을 정도로 무덤덤하거나 심지어 싫다.


모두 나와 같지는 않은 것 같다.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옛날이 생각나서 어떤 영화나 음악을 듣다가 눈물이 흘렀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고, 아니 모든 세상의 유행가 가사가 그런 감정을 노래하고 있는데 소위 연애칼럼이라는 걸 쓴다는 나라는 작자는 그 마음이 뭔지 잘 모르겠다


'고마웠어'라는 마음은 더더욱 모르겠다.

누구도 고맙지 않았고 대부분은 안 만났어도 좋았을 인생이었다.


그저 어떤 연애건 교훈으로 남을 거리는 있다는 것뿐. 생각은 떠오르지만 생각나서 울진 않는다.

너무나 많이 울었던 건 정말 화나고 분하고 속상한 것들 뿐이었다. 왜 그렇게 비겁한 인간이었는지 나라는 새끼는 왜 늘 이러는지






난 이런 감정들을 매일 찬찬히 생각하며 나라는 사람을 재정립해나가고 있다.


나는 늘 급히 좋아하고 급히 사귀었다.

누구보다 일찍 남자친구의 인간으로서 싫은 점을 느꼈지만

내 사랑이 무너지는 게 싫어서 그 점을 잘 보지 않으려 했다.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싫은 점은 사실 거의 좋아지지 않는다 적어도 나라는 사람에게는

점점 구체화될 뿐

'처음엔 몰랐는데' 같은 것도 없었다, 대부분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들이었다.


단지 그때는 그것들을 견딜 수 있게 할 어떤 단꿈이 있었고,

무엇보다 나에겐 항상 뭐든 굳세고 아름답게 이겨내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그러다 그 의지를 갖기 싫게 만드는 일들을 몇 차례 겪으면

마치 쓰리아웃을 맞은 타자처럼 뚜벅뚜벅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도 나 자신이 나이를 조금 먹고서야 느낀 건데, 군인의 딸인 나의 강력한 인내와 의지는 다른 분야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고 사랑에서만 그 힘을 발휘해서 남들이 얼른 욕하고 침 뱉을 거리도 별 불편함 없이 잘 참아내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즐거웠던 시간의 차이가 다소 있을 뿐

각자의 인성이 바뀌는 대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 한 결국 이전에 연인들과 겪었던 문제와 큰 틀에서는 별반 다를 게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끝은 오고야 만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관계가 좋고 행복할 수 있을지 궁리하는 건

내게 그리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무얼 하면 우리가 즐거울지,

내가 어떻게 대하면 이 사람이 이 관계로 인해 삶이 조금은 나아질지 생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난 늘 그 생각만 하느라 누굴 그리 미워할 시간도 없다 생각했지만

그런 게 도대체 어디 있겠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당연히 지쳐갔다.


사랑할 때 그토록, 정말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입에 혀처럼 굴고는

헤어지고 나면 누구도 조금도 애틋한 기억마저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역겹게도 느껴진다.


후회한 적도, 다시 만나고 싶단 생각이 든 적도 없다.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저 세상 어딘가에서 다들 자살하지 않고 잘 살기나 바랄 뿐이었다.


대단한 로맨티스트도 아닌

엄청 쿨한 사람도 아닌


나는 그냥 열심히 사랑하지만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밉고 아무 감정을 못 느끼는 속 좁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꽤나 '진실'에 가까운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멋있고 싶은 내가 만들어내고 어느새 그게 나라고 믿어버린 '거짓' 내 모습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나


속좁은 막내인 날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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