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일기 01
1.
요즘 현대인에게 마음의 병, 수면장애 같은 건 감기처럼 흔해서 어지간해서는 감히 말도 못꺼낸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우울증' '불면증'(정확히는 진짜 심각하게 이 병을 앓고 있다기 보다는 본인이 이런 증상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은 건 뭔가 난 예민하고 감성적인 사람이야 같은 이상한 '자랑거리(?)' 같은게 된 것 같은 가운데, 실제로 그 병증으로 인해 고통받는 주변 지인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는 아주 건강하고 평범한 사람이다"라고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뻐끔거리곤 한다.
2.
아주 어릴 때부터 잠을 자면 보통 1시간에 한번씩 정도는 깼다. 대체로 바로 다시 잠들긴 하지만 자면서 4회 이상 정도는 꼭 깨고, 잘 때 어지간한 소리가 다 귀에 들어온다. 잠꼬대도 심하고 꿈도 현실과 구분 안 될 정도로 심하게 꾸는데 나는 이게 너무 어릴적부터, 내가 기억이란 걸 할 때부터 이어져오던 거라서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줄 알았다. 하지만 크면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 잠들면 잘 깨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기본적으로 늘 가벼운 두통을 달고 있는 것도, 자주 조는 것도, 아침이 심각하게 고통스러운 것도 모두에게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좀 슬퍼졌다.
3.
엊그제 수면장애 1급 보유자분과 이야기 하던 중 새로운 것 하나를 알게 됐다. 잠들기 전까지, 그리고 자면서도 다리를 가만두지 못하는 것도 수면장애의 일종이라고. 그것은 이름도 무서운
하지불안증후군이란 것이었다.
바로 네이버를 찾아봤다
하지불안 증후군은 주로 잠들기 전에 다리에 불편한 감각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다리를 움직이게 되면서 수면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만 21~69살 성인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 5.4% 가 이 증후군을 갖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주로 낮보다 밤에 잘 발생하고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심해지고 움직이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은 하지불안 증후군 진단 시 4가지 필수 요건이다.
1)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 대개 다리에 불편하고 불쾌한 감각이 있다. 때로는 이상감각 없이도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나타나고, 다리뿐만 아니라 팔과 다른 신체부위에도 나타난다.
2) 움직이고자 하는 충동이나 불쾌한 감각이 눕거나 앉아 있는 상태, 즉 쉬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 시작되거나 심해진다.
3) 움직이고자 하는 충동이나 불쾌한 감각이 걷거나 스트레칭과 같은 운동에 의해, 최소한 운동을 지속하는 한, 부분적으로 또는 거의 모두 완화된다.
4) 움직이고자 하는 충동이나 감각이 낮보다는 저녁이나 밤에 악화되거나 저녁이나 밤에만 나타난다. 증상이 매우 심해지면 이러한 경향이 점점 없어지나 과거에 반드시 이러한 경향이 있었어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하지불안 증후군 [restless legs syndrome]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4.
이것 또한 자면서 반복적으로 깨던 것과 함께 기억도 안나던 시절부터 있어왔던 증상(?)이다.
자려고 누우면 다리 전체가 슬금슬금 이상한 통증이랄까 간지러움이랄까, 핏줄이 가렵고 저리는 느낌 같은게 몰려오는데 그때 다리를 떨거나 자전거 타기를 하면 느낌이 없어지곤했다. 그래서 잠들기 전까지 다리를 어떤식으로든 계속 움직이고 있고, 잠들고 나서도 종종 이런 느낌이 들어서 무의식 중에 계속 다리를 기괴하게 꼬고 자세를 바꾸고 뒤척이며 잤는데 난 이게 내가 골반이 틀어지거나 자세가 안좋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물론 그 영향도 있겠지만, 위에 진단을 보고 생각해보니 신기하게 낮잠 잘 때보다 확실히 밤에 그 느낌이 명확했다는 것.
5.
알기 전에는 병도 뭣도 아닌 일상이었는데 알고나니 나는 환자가 됐다. 환자가 된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몰랐던 병을 알고 고칠 수 있으면 더 좋은 거니까.
하지만 자주 깨는 것, 하지불안 어쩌구 모두 이런저런 원인이 있지만 결국 '스트레스'라는 것이고, 이런식이라면 살아있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이기에 요단강 건널 때까지 '완치'는 없다. 오히려 알아서 더 스트레스가 됐다.
6.
굳이 현 상황을 개선시킬 방법을 찾자면 '난 괜찮아' 라는 자위 뿐이다. 더 정확히는 그냥 아무생각 안하는 것이다. 내 모든 불행의 원인은 과다 생각 때문이니까. 그냥 난 자주 깨는 사람이고 잘 때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다.
그거 뿐, 그래서 뭐, 뭐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냥 난 그런 사람
삶은 always trouble
잠은 원래 늘 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