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있는 연애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자존감 있는 연애와 지멋대로 하는 연애는 어떻게 다른가"
"상대방이 나를 끝없이 개무시해서 자존감이 도저히 지켜지지 않는데 이건 어쩌나"
"상대방이 너무 좋아서 내 의견은 사라지고 상대에게만 맞추게 되는데 이건 자존감 없는 것인가"
"자존감 있고 싶어도 내 상황이 지금 너무 좋지 않고 상대와 나와의 신분 차이가 심하다"
대체 연애에서의 자존감이라는 것,
그 실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1. 연애에서의 자존감이란
자존감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존심 하고는 사전적으로 다른 말이며 고집은 더더욱 아니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자기마저도 자신을 사랑할 수 없기에, 그런 자신을 사랑해주는 누군가를 건강하게 대하지 못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에게 사랑받기 위해 자꾸만 꾸며진 행동을 하고,
다른 사람의 기준만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혐오하고,
자기도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의심하거나 무시하고 괴롭힌다.
자신이 비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가 잘 되는 모습을 기꺼운 마음으로 응원하지 못하고
기본적으로 늘 우중충한 마음으로 있기 때문에
숨만 쉬고 있어도 상대방에게 어두운 기운을 전염시킨다.
심한 경우,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폭력적으로 대하고 괴롭혀서 병적으로 자신의 곁에 묶어두려는 짓까지 하게 된다.
정말이지 자존감은
연애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은 백번 맞는 말이다.
2. 자존감 없는 상대를 만나면 나 또한 도리 없다
자존감은 물론 개인의 문제이다.
원래 없던 자존감이 연애하며 생길 리 만무하며 오히려 어지간히 자존감 있게 살았어도 연애라는 상황에 놓이면 세상 나도 몰랐던 찌질함이 다 튀나오곤한다.
자존감은 하루아침에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의 마음 단련과, 주변에서 받은 따뜻한 사랑들이 쌓이고 쌓여서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아무리 몸부림 쳐봤자 옆에서 당신이 쌓은 자존감의 성을 허물어대면 튼튼하게 쌓기 어려워진다.
내가 다소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더라도
똑같은 인간을 만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은 흔히 나보다 더 안건강한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을 채워주며 존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런 연애를 오래도록 해왔고 그의 인생이 나로 인해 조금씩 성장하는 것을 느끼며 기뻤지만 그 사이 내가 서서히 어둠에 잠식되어 가는 줄은 몰랐다.
오히려 나보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만났을 때
꼬이지 않고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모습 속에서 자존감은 형성되기 쉽다.
애쓰지 않아도 함께 생활하는 자체가 건강해지는 길인 것이다.
3. 누구나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어쩌면 지금 당신은 취업준비생이고 앞날이 캄캄한데
당신의 연인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일 수도 있다.
어쩌면 당신은 못난이컴플렉스에 빠져 있는데
신의 연인은 연예인보다 멋진 사람일 수도 있다.
언제나 똑같은 사람끼리만 만나는 건 아니며,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어도 여러 가지 일이 생길 수 있다.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인 당신을
상대방이 특별히 부끄러워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이상, 홀로 어두운 생각을 키울 필요가 없다.
보통은 불행한 일에 처해서 채이는 게 아니라, 불행한 일을 극복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들로 인해 이별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도 무어라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급히 못난이가 돼서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스스로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너무 지쳐버리고 만다.
자존감 없는 당신도 힘들고 슬프겠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못함은 주변을 전염병에 들게 하는 몹쓸 질병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해 종교, 병원, 상담, 성실함 뭐든 좋으니 수많은 것들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영혼 건강을 키워야 한다.
3. 후려치는 연인 따위 이젠 정말 청산하자
이전에 <당신을 놀리고 비하하는 사람과의 연애>라는 제목으로 연인 사이의 '가격후려치기'에 관해 다룬 적이 있다. (관련링크: https://brunch.co.kr/@baeluna/21)
당신이 만약
다른 공동체에서는 맑고 건강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남도 배려하며 살 수 있었지만
유독 지금 연인에게는 구박만 듣고 자기도 자기 스스로가 미워진다면
당신은 후려치기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답은 오로지 이별이다. 긴 말도 필요 없다.
매번 이야기 하지만
못난 사람은 고장 난 시계와는 달라서 고쳐서 다시 쓸 수 없다.
이 나이쯤 됐으면 처음부터 잘못 만들어진 시계라고 봐도 좋으며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연인의 소관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와 신의 소관이다.
4. 자존감은 나만 사랑하고 남은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자존감 있는 연애는
자기애에 빠져 상대방의 의견은 무시하고 고집부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매력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어필할 줄 알고
자신의 단점은 숨기지 않고 상대에게 솔직히 말하며 개선해 나갈 줄 아는 것이
연애에서 자존감 있는 사람의 올바른 태도이다.
당신의 매력은
세상이 흔히 말하는 기준점과는 다소 다를 수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랑하고 상대를 잘해줄 자신이 있는 것도 큰 매력이며
이 매력을 사랑하고 어필할 줄 알면 자존감 있는 연애가 되지만
내가 늘 남에게 잘했던 것 때문에 호구가 됐다고 생각하고 주눅 들어 있다면
정말로 호구가 되어버리고 만다.
좋은 면을 인정하지 않고 이용해 먹은 상대의 잘못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다 내가 못난 탓이려니 하고 있다가는
정말 좋은점마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슬프지만 인생이 그렇다
나쁜 건 말기암처럼 빠르게도 번지는데
좋은 건 비 오는 날 좁쌀 나르듯 잘 모여지지 않는다.
이제 <망한 연애가 준 뼈아픈 교훈>도 마지막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간 써왔던 것들을 쭉 읽어보면
대부분의 글들이 자존감과 관련이 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남도 사랑할 줄 모르던 이들로 인해 아팠던 나의 시간들과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상대를 늘 두려워하기만 했던 나로 인해 잘못 써 내려간 일들에 대한 후회와 절망,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나의 다짐들이
이 글들을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게 했던 것 같다.
나 또한 자존감 밑바닥 킹으로 10대와 20대를 암울하게 보냈지만
이것이 나를 얼마나 멍들게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이를 악물고 매일 매 순간 나를 돌아보고 꼬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일기를 쓰고
친구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며
사랑할 부분은 사랑하고
못난 부분은 못난 부분대로 숨기지 않으며 건강하게 살기 위해 오늘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평생 사랑할 텐데
이제와 늦을 것이 뭐가 있을까.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을 고르는 것도
나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모두 나의 두 손에 달린 일이다.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