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게으름 + 회피론자의 참회록
그리고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짱박아두고
나의 게으름력까지 발휘하여 엄청나질 지경까지 회피한다.
물론 마음 속은 매일, 24시간, 잠자는 시간까지 나의 긁어내리며 짓누르지만 이 만성 게으름회피론자는 아무리 괴로워도 계속 괴로워만하지 문제를 직면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마주쳐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누군가는 "니가 덜 괴로워서 그래" "문제가 덜 심각해서 그래" 라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럼 왜그러냐고? 나도 모른다.
그로 인해 생겼던 인생의 문제들은 작게는 방을 너무 청소 안해서 정신이상자의 방처럼 보이는 귀여운 것부터, 심하게는 너무 수치스러운 것들이라서 아무리 이것이 참회록이라도 차마 쓸 수가 없다.
아무튼 난 그러한 사람이다.
나같은 사람이 이 사회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남한테 민폐나 끼치지 않으면 정말 다행인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러한 성향 때문에 남한테 피해끼칠 행동(예를 들면 이별을 무서워서 말은 못하고 질질 끈다던지)까지는 하지 않아서 어떻게 이 사회에서 방출되지는 않고 살고 있지만 나 개인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더이상은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음악
그렇다. 내 음악을 둘러싼 그 모든 것을 나는 회피하고 있다. 돈 없고, 시간 없고, 밴드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핑계로 나는 매일 괴로워하고 가위만 눌릴 뿐 나는 무엇도 하지 않고 있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기쁘게만 살았으면 모를까 머릿속으로 썩히는 동안 곰삭은 감정은 날 지독하게도 소심하게 만들어 버려서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날 매우 진취적이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게 말 잘하고 목소리 큰 나는 어디로 갔는지, 집에 돌아와 합주 때의 날 생각해보면 내 자신이 너무 병신같고 불쌍해서 엉엉 소리내 울기까지했다.
내 인생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듯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것은 음악을 대단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냥 회사가 가기 싫어서였다.
내게 정말 맞는 옷이라고 평생을 벼르고 있던 옷을 막상 입어보니 아니었을 때의 우울감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게 내가 회사를 그만둔 정확한 이유였다.
그렇다면 음악은 내게 맞는 옷이었을까?
분명 그런 것 같은데, 왜 이리 행복하지 않고 날 괴롭게만 할까. 그럼 음악 또한 잘못된 결정이었을까. 진짜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내게 음악은 영원히 끝내지 못할 숙제 같고, 영원히 잘하지 못할 미션 같다. 듣는 건 신나고 행복한데 내가 하려고 하면 너무 부담스럽다. 문제는 이것 때문이었을까.
내 자신이 부끄럽다.
답 내리기 좋아하는 내가 정답을 모르겠다. 어쩌면 누군가 그만두라고 강력하게 말해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만둘 생각을 하니, 뭐 도대체 해보기나 하고 그만두나 싶어 또 속상했다. 뭘 했어야 그만도 두는데 난 아무 것도 안한 것 같다.
쨘 하고 바로바로 멋지고 훌륭한 것만 나와서 모두 우르르 박수만 쳐주길 바라는 거 아닐까. 그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멋진 사람이라면 떡잎부터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음악은 열심히만 한다고 멋진게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최소한의 노력조차 안하게 하는 건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이 와중에도
난 내일 새 드러머와 처음으로 합주해볼 곡을 들으며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카펜터스를 들으며 드러누워 글을 쓰고 맥주를 먹고 있다. <I Need To Be In Love>를 듣고 있는데 너무 노래가 좋아서 난 죽을 때까지 이런 곡 쓰지 못하겠지 하는 생각에 눈물이 줄줄 흐른다. 또 이렇게 헛되이 시간을 보낸다.
뮤즈 만나면 뭔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안일함에 돌 던지듯 좋은 동역자를 만났는데 나는 달라진게 없고 역시 모든 건 나의 문제였다. 고민을 너무 오래 했으니 이제 열심히라도 해봐야겠다.
열심히 한다고 좋은일이 생길지는 모르겠만 해보고 나서 때려치던지 삶아 먹던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