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안달순

성냥팔이 소녀 다시 쓰기

by 배나무

겨울밤, 축제를 앞둔 도시는 반짝이는 불빛이 가득했고, 까만 밤하늘에 하얗게 쏟아지는 눈은 거리의 풍경을 더욱 환상적인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 주었다. 도로엔 밝은 불빛을 내면서도 조용하게 달리는 전기 자동차들이 즐비했다. 그 안엔 저마다 관심사가 같은 무리와 만나 즐기기 위해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주 청년단을 응원하는 최신 버전, <안달순의 성냥 5>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달순은 자동차를 ‘self-driving’으로 설정한 후 스마트폰을 크게 펼쳐 자판을 두드렸다. ‘성냥’이란 이름으로 축제나 공연장에 쓰이는 LED 봉을 만들어 판 지 1년, 달순은 그동안 많이 달라졌다. 아기 때 고아원 원장 할머니가 안데르센을 좋아해서 비슷하게 만들어 붙여준 안달순이란 이름이 싫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찌 됐건 안데르센이란 사람에 대한 궁금증 덕분에 ‘성냥팔이 소녀’ 이야기도 읽었고, 또 그 덕에 LED 봉의 디자인과 네이밍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달순은 사람들이 최신형의 기능을 좋아하면서도 아득한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만들고 자기가 만든 촌스럽고 뭔가 이질적인 세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걸 봤다.

달순이 만든 ‘안달순 월드’에 팔로워가 한두 명으로 시작해 30만 명이 넘어가는 기간은 한 계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후부턴 숫자를 헤아려 보지도 않았다. 대신 새로운 사업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성냥 사세요!”

안달순 월드에서 처음 론칭 준비를 하며 자판으로 처음 쳤던 글자는 이것이었다.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를 읽은 후, 오래전에 나온 애니메이션을 보며 이해하려 했던 외침! 그 외침은 너무 작아 금방 눈 속에 파묻히고 말았고 소녀는 가엾게도 부잣집 담에 기대어 성냥불에서 환상을 보다가 얼어 죽었다. 달순은 글로 읽을 때는 이해되지 않던 것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조금 이해되었고, 소녀와 자신의 처지가 어쩌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도 조금 났다. 그 후 성냥팔이 소녀 생각이 자꾸 났다. 중 고교 시절,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티켓을 예매하고 응원 봉을 사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기억도 났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달순은 생각했다.

‘성냥팔이 소녀야, 넌 성냥을 팔 게 아니라 다른 걸 팔아야 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성냥을 팔아야 할 적기일지도 몰라. 내가 성냥을 팔아볼게.’

‘우주 청년단’ 공연장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지난해만 해도 달순은 이런 공연장에 입장권을 사서 들어오긴 어려웠다. 그런데 이젠 공연 주최 측으로부터 초대받은 귀빈이 됐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친구나 가족과 함께 사랑하는 가수들을 응원하러 온 팬들의 웃음소리와 열기로 가득한 그곳에 달순이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폰과 연동된 커다란 성냥 모양의 LED 봉을 들고 있고, 달순도 LED 봉의 전원을 눌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성냥 5’ 불빛이 모여 무대와 허공에 커다란 그림을 그렸다. 그것은 수천 개의 드론으로 만드는 영상 쇼처럼 보였다. 새 버전 ‘성냥 5’는 원격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불빛이 모여 만들어 내는 새로운 영상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고, ‘우주 청년단’의 노래와 어울리는 영상은 모두를 더한층 열광하게 만들었다.

‘우주 청년단’이 부르는 노래가 달순의 가슴을 쿵쾅쿵쾅 두드렸다.

‘......

반짝이는 불빛 속에서

우린 빛나고 있네.

어쩌면 이 밤이

이토록 아름다운 건

소중한 하나, 하나.

모두 소중한 우리들

저 별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


*‘우주 청년단’의 노래 가사는 ‘방탄 소년단’의 ‘소우주’를 차용해서 조금 바꿨습니다. *^^*


#브런치x저작권위원회 #성냥팔이소녀다시쓰기 #안데르센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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