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을 삼킨 뱀
퇴근길 꽉 막힌 고속도로에 줄지어 서 있는 차량은 느린 뱀 같다.
뱀의 꼬리에서 지루하게 길이 뚫리기만 바라고 있는데 하늘 가득 검은 구름 떼가 보인다.
태풍이 뒤따라올 거라며 검은 구름이 달려간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헤엄쳐 달려간다.
차 앞 유리에 물을 흩뿌리는 구름을 보며, 저렇게 싱싱하고 펄떡이는 물고기를 손으로 움켜쥐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다.
저 구름이 얼마나 거대할지, 얼마나 불안정할지 가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낮게 내달리는 구름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손을 뻗어 꽉 붙잡았다.
구름이 펄떡인다. 더 많은 물을 튀겼다.
도마에 올려놓고 날카로운 칼날로 비구름의 살을 가르면, 회오리치는 생명력이 몸부림치며 검은 피를 흘릴 것이다.
꿈틀거리는 놈의 몸을 꽉 눌러 잡아 질서 정연하게 살을 도려내어 날 것의 그것을 한 조각 씹어 삼키면, 내 안에도 날래고 비린 폭풍의 한 조각을 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게으른 것인지, 지친 것인지, 분간이 어려운 뱀의 영혼이 폭풍을 에너지 삼아 매서운 용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