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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나온 Sep 20. 2024

#5. 음미 된 이야기

텃밭의 시간10

#5. 음미 된 이야기  

   

각 반의 깍두기 김장이 끝났다. 다들 대만족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구입한 양념이 많이 남았다. 그것을 어찌했을까? 반짝이는 눈으로 배추김치를 담가 보고 싶다는 막내 선생님의 말에 (8반 총각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우리는 또 사기충천하여 배추김치를 담갔다. 각자 김치통 하나씩 가득 채워 배추김치를 가져갈 수 있었다.   

  

나는 그 후 친정엄마가 김장하는 외갓집에 가서 김치를 담갔다. 결혼 후에는 처음이었다. 그 후 학교에서 담은 김치, 외갓집에서 담은 김치를 한 포기씩 담아 동네 이웃 두 집에 나누어 주었다. 그 김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이야기해 주었다. 지인들이 내 이야기를 신기하면서도 재미있게 들어 주었다. 나의 경험이 음미 되는 과정이었다. 


충분히 음미 된 이야기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가슴에 스며 어떠한 씨앗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글이 탄생했다. 


나는 오늘도 식사를 준비하며 음식에 담긴 우주와 시간을 느낀다. 가족과 함께 모여 정성 들여 식사 전 기도를 하는 이유이다. 이런 마음을 평생 나의 아이와 제자들에게 일러주고 싶다. 


계절이 바뀌어 다시 봄이 되면 새로운 아이들과 새로운 옆 반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겠지. 그때엔 내가 먼저 반짝이던 막내 선생님의 눈을 하고 텃밭을 가꾸자고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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