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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짓는 심정

요즘 저는 동생집에 가시는 어머니를 가끔 차로 모셔다 드립니다. 지하철을 두번 갈아 타야 하는 번거로움보다는 제가 운전으로 모셔다 드리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차로 가면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도 할 수 있기에 저는 참 좋아합니다. 그동안 우리 모자는 대화가 많지 않았었기 때문이죠. 작년까지만 해도 늦게 나가서 부모님 주무실 때 들어오는 집에는 잠이나 자러 들어오는 그런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사무실을 정리한 후로는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시간여유도 조금 생겼습니다. 마침 동생이 차를 빌려줘서 기런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차에서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어머니와 드라이브를 하면서 먼곳으로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할때가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 하시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게 사셨는지, 저의 어린시절 잊어버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오고는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어머니와 다투었습니다. 그 주제는 '저의 빚'이었거든요. 저의 실수로 생긴 꽤 많은 빚을 갚지못해 전전 긍긍하는 저 때문에 어머니도 스트레스가 많으십니다. 집에서 노시는 아버지와 새벽 청소로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어머니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안타까워 어쩔 줄 모르십니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답답한 어머니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군대도 안 갔다왔니? 그런 정신상태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군대 한번 더 갔다와라"


사실 남자들이 싫어하는 말은 '다시 군대가라'입니다. 그 끔찍했던 2년 가량을 다시 보내고 싶은 대한민국 남자는 별로 없을 겁니다.


"빚 갚을 생각도 못하고 못난 놈.."


제가 워낙 느려터진 성격이라 빚도 처리 못하고 전전 긍긍하고 있으니 답답해 하셨던 어머니의 말씀에 저는 그만 하지 말아야 할 소리를 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싶은지 모르시죠? 작년에 자살 하려고 했었다구요!!"


화가 나서 내뱉은 말이지만 곧 후회를 했습니다. 어떻게 키워온 자식인데 그런 말을 부모앞에서 할 수 있겠습니까?

차안에서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요즘 저는 부모님께 죄를 짓는 심정으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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