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끝에는 늘 불이 꺼져 있는 연구실 하나가 있었다. 문 위 명패는 벗겨져 글자가 반쯤 지워졌고, 안쪽은 곰팡이와 먼지 냄새로 눅눅했다. 사람들은 그곳을 거의 찾지 않았다. 학부생들은 “거기 가면 기계가 혼자 돌아간다”는 괴담을 떠올렸고, 대학원생들도 굳이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
그 방을 쓰는 사람은 단 한 명, 대학원생 한진호뿐이었다.
밤.
진호는 서버를 점검하다가 이상한 아이콘을 발견했다.
검은색 정사각형. 이름조차 없는 그 파일은 로그에도 기록되지 않았고, 위치조차 설명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화면 위에 붙은 어두운 구멍 같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주변 픽셀을 삼켜 빨아들이는 듯 보였다.
그 순간, 문이 열리고 선배가 들어왔다.
“그건 건드리지 마.”
선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단호했다.
“쓸데없는 데이터가 제일 위험해. 이름 없는 건 이유가 있어. 네 시스템 전체를 삼켜버릴 수 있어.”
말만 남기고 선배는 퇴장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연구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진호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검은 아이콘뿐이었다.
강의실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꿈속에서도 그것이 떠올랐다. 결국 그는 결심했다.
관리자 권한을 탈취하고, 다층 암호를 뚫었다. 모니터에 기묘한 코드가 비처럼 흘러내렸다. 팬 소음은 거세졌고, 형광등은 불규칙하게 깜빡이며 방 전체를 어지럽혔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콘이 풀리며 새로운 파일 하나가 튀어나왔다.
“직박구리.zip.”
“뭐지?…암호명인가?”
진호는 숨을 죽이고 압축을 풀었다.
순간, 수십 GB의 영상 파일들이 폭발하듯 쏟아졌다.
정교하게 정리된 날짜별 폴더, 장르별 디렉토리. 마치 누군가 오랜 세월 공을 들여 구축한 거대한 데이터 제국 같았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낡은 스피커에서 낮고 습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진호는 굳어버린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토록 금단의 지식을 품은 듯 보였던 검은 아이콘은, 사실 오래 전 선배들이 숨겨놓은 야동 컬렉션이었다.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제야 그는 알았다.
왜 이 연구실이 텅 비어 있는지.
왜 교수들조차 꺼리는지.
과거 이 방을 쓰던 이들은 하나같이 이 폴더의 유혹에 빠졌다가 발각되거나, 낙인찍히거나, 연구를 포기했다. 결국 사람들은 이 방 자체를 피했고, 오래된 기계들과 비밀스러운 욕망만 남았다.
진호는 Delete 키 위에 손을 올렸다.
한 번 누르면 모든 게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곰팡이 냄새와 팬 소음, 스피커의 낮은 음성이 섞여 어둡고 눅눅한 밤을 채웠다.
그 속에서 진호는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결국 지식이든 욕망이든… 다 이런 게 아닐까.”
낡은 연구실은 다시 적막에 잠겼다.
단지, 모니터 불빛 속에서 직박구리 폴더만이 기괴하게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