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다독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나요? 올해는 몇 권을 읽어야지 다짐하고, 남들의 독서 목록을 보며 조급해진 경험은 없으신가요? 책을 읽는 행위가 숙제처럼 느껴질 때, 광고인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는 우리에게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책을 왜 읽는가,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죠.
1. ‘읽기’에 대한 생각을 깨뜨리는 책, 《책은 도끼다》
《책은 도끼다》는 저자 박웅현이 진행한 인문학 강독회를 엮은 책입니다. 그는 광고계에서 손꼽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지만, 자신의 창의력은 인문학, 특히 ‘책’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좋은 책을 추천하는 목록이 아닙니다. 저자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빌려 책의 역할을 정의합니다.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저자는 자신에게 ‘도끼’가 되어준 책들을 통해 얻은 ‘울림’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책의 목차는 김훈, 알랭 드 보통, 밀란 쿤데라, 톨스토이 등 문학계 거장들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책은 그들의 작품으로 들어가는 친절한 ‘다리’가 되어줍니다
2. 저자의 주장: “많이 읽지 말고, 깊이 읽어라”
저자는 다독가가 아니라고 고백합니다. 일 년에 서른 권에서 마흔 권 정도, 한 달에 세 권꼴로 읽지만, 대신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눌러 읽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독서량이 아니라, 책을 통해 얻는 ‘울림’의 깊이입니다.
• ‘들여다보기’ 독법 저자는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강조합니다. 그는 판화가 이철수의 작품을 예로 들며, 덜 익은 땅콩이 줄기를 놓지 않는 모습에서 ‘덜떨어진 놈’이라는 말을 발견하고,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이 아닌 ‘때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동양적 통찰을 봅니다. 이렇게 남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것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선이 바로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말합니다.
•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라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자는 책의 권수에 집착하는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숫자는 의미가 없으며, 내게 울림을 준 문장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 일상의 재발견과 삶의 풍요 궁극적으로 이러한 독서는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저자는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하며, 볼 수 있는 우리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시청(視聽)’할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촉수를 만들어주어,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게 합니다.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이지요.”
3. 강점과 한계: 친절한 안내서, 하지만 주관적인 지도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고전이라는 높은 산을 오르기 전에 준비운동을 시켜주는 친절한 안내서라는 점입니다. 저자의 뜨거운 애정과 깊이 있는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두려웠던 고전의 문턱을 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인생의 지도” 같다는 딸의 표현처럼,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작품이 어떻게 우리 삶의 지침서가 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책은 철저히 저자 개인의 ‘도끼’들로 구성된 주관적인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의 ‘울림’이 모든 독자에게 똑같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으며, 문학 중심의 선별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독법을 강요하기보다, 독자 각자의 ‘도끼’를 찾도록 격려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4. 나의 독서와 연결하기: 다독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저 역시 매년 초 독서 계획을 세우고, 읽은 책의 수를 세며 스스로를 압박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일 년에 읽는 책이 서른 권에서 마흔 권 사이”라고 담담하게 고백하는 대목에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6.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였습니다.
수많은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에, 우리는 어쩌면 모든 것을 그저 ‘시청’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19. 하나의 문장을 곱씹고, 한 권의 책으로 내 삶이 어떻게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아닐까요? 이 책은 그런 ‘견문(見聞)’의 즐거움을 일깨워 줍니다
5. 결론: 당신의 도끼를 찾아서
《책은 도끼다》는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책이 아닙니다. 세상을 다르게 보고,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에서 보석을 발견하고, 매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법을 알려줍니다.
혹시 지금 당신의 감수성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고 느끼시나요?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져 삶의 환희를 잊고 살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