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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의 무게와 시대의 속도, 우리가 지켜야 할것

규칙의 무게, 시대의 속도: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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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규칙은 본래 안정과 질서를 위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문제가 된 것은 규칙 자체일까요, 아니면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했기 때문일까요? 이 질문은 두 글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화두이자,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논쟁의 출발점입니다. 지금 속해 있는 규칙이 시대에 맞는 것인지 스스로 점검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피터 드러커는 변화가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라고 강조하며, 과거의 성공을 과감히 폐기하지 못하는 조직은 미래를 잃는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지금 이 일을 새로 시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체계적 폐기’를 조직의 생존 전략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낡아 보이는 규칙 속에도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드러커가 소개한 할머니의 사례처럼, 불확실성 속에서 오래된 기준은 혼돈을 가르는 나침반이 되기도 했습니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왜 사람들이 낡은 규칙을 버리지 못하는지 설명했습니다. 익숙함을 선호하는 뇌의 게으른 메커니즘, 손실 회피와 현상 유지 편향, 확증 편향과 사후 확신 편향이 모두 변화를 거부하는 힘으로 작동합니다. 결국 규칙의 존속은 단순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지금 지키고 있는 규칙은 조직의 성과 때문이 아니라 자존심 때문은 아닌지 자문해 보실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에 반해 현대 경영 사상가들은 규칙 자체가 창의성과 열정을 억압한다고 봅니다. 게리 해멀은 관료제를 “인간의 잠재력을 질식시키는 세금”이라 부르며, 규칙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생산성과 인간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사례는 이를 실증합니다. 『No Rules Rules』에서 묘사된 그들의 방식은 규칙을 없애는 대신 ‘맥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최고의 인재를 선별해 밀도를 높이고, 솔직한 피드백을 장려하며, 휴가나 경비 규정은 과감히 폐기했습니다. 대신 단 하나의 원칙만 남겼습니다.


“회사의 이익에 최선이 되게 행동하라.”


이 접근은 드러커가 꿈꿨던 자기관리형 인재상과 맞닿아 있지만, 동시에 드러커가 우려했던 혼란 가능성도 안고 있습니다. 인재 밀도가 떨어지거나 신뢰가 무너지면 자유는 방종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조직은 규칙이 없어도 버틸 만큼의 인재와 신뢰를 확보하고 있을까요?


오늘날 규칙의 효용은 기술과 환경 변화 속에서 더 빠르게 도전을 받습니다. 『Work Disrupted』가 지적하듯 AI와 로봇과 함께 일하는 ‘슈퍼팀’의 등장은 고정된 규칙을 무력화합니다. 『The Future of the Office』가 보여주듯,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확산되며 출퇴근, 복장, 대면 보고 같은 규칙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대신 공정성과 소속감, 협업 방식이라는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했습니다.


또한 『The Culture Map』은 규칙의 상대성을 드러냅니다. 어떤 문화에서는 문서화된 규칙이 신뢰의 기반이 되지만, 다른 문화에서는 눈치와 맥락 읽기가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규칙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순간, 조직은 글로벌 현실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지키고 있는 규칙은 보편적인 원칙일까요, 아니면 특정 시대와 문화가 만든 일시적 산물일까요?


두 글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규칙은 목적이 아닙니다. 드러커가 말했듯 중요한 질문은 “내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이며, 해멀과 헤이스팅스가 보여주듯 그것을 가로막는 규칙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카너먼이 경고하듯 변화의 심리적 장벽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글로벌·기술적 맥락 속에서 규칙은 더 이상 영구불변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규칙을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라는 단순한 선택을 넘어, 어떤 규칙이 조직과 개인의 기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내일의 기회를 위해 오늘 반드시 버려야 할 ‘어제의 규칙’은 무엇이며, 끝까지 지켜야 할 ‘내일의 원칙’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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