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른 호떡 이야기

아직 낮에는 햇볕이 따갑고, 길 위로는 여전히 여름의 습기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아침저녁 바람은 분명히 달라졌다.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나는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마트 앞, 기름 냄새와 함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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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

아직 호떡이 나오기에는 이른 계절인데, 벌써 기름 위에서 지글지글 익고 있었다.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계절보다 먼저 찾아온 호떡이 신기했다. 아직 덥지만, 곧 호떡의 계절이 다가온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철판 위에서는 동그란 반죽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기름방울이 튀며 치익거리는 소리를 냈고, 그 소리만으로도 배가 고파졌다. 반죽 속 흑설탕이 서서히 녹아내리며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고소한 향, 달큰한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그 앞에는 허리를 구부린 할머니가 서서 천천히 호떡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기억을 더듬는 듯한 그 뒷모습이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나도 호기심에 이끌려 다가갔다. 사실 내가 호떡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어릴 적, 호떡은 늘 귀한 음식이었다. 엄마가 장을 보러 나갔다가 가끔 사 오던 호떡은, 언제나 동생과 나눠야 했다. 내 입에 들어오는 건 반쪽뿐이었다. 늘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투정을 부렸다.


“내 건 어디 있어?” 그러나 엄마는 웃으며 “다 너희들 거야” 하고 말할 뿐이었다. 그때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도 많이 먹고 싶었을 것이다.


그때 불 앞에서 땀을 흘리며 호떡을 굽던 사장님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불빛에 상기되어 있었고, 온몸이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엔 웃음이 있었다. 마치 그 뜨거움마저 즐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호떡을 뒤집고, 눌러 굽고, 기름 위에서 튀는 소리에 맞춰 리듬을 타는 듯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오늘 많이 팔리셨어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그런데 왜 이렇게 신나 보이세요?”
잠시 멈칫하던 그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앞으로 많이 팔릴 거니까요. 내가 만든 호떡을 맛있게 먹어줄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 순간, 나는 묘한 울림을 느꼈다. 아직 본격적인 호떡의 계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호떡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웃음은 마치 계절을 조금 앞당겨온 듯했다.


나는 호떡을 몇 개 사 들고 걸음을 옮겼다. 종이봉투 너머로 따끈한 열기가 전해졌다. 그 온기가 손끝을 타고 마음속까지 퍼져왔다. 돌아보니 여전히 불 앞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생각했다. 아저씨의 그 웃음과 행복만큼, 이 호떡도 분명 행복해지리라. 그리고 곧 찾아올 찬 바람 속에서, 오늘 이 호떡을 떠올리면 아마 더 따뜻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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