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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최근 나는 클로드의 MCP를 사용해 보았다. 문서를 작성하고, 옆에서 코치가 검토해 주는 듯한 경험이었다. 워크플로우를 함께 짜면서 “검증은 이렇게, 방향은 이렇게”라고 약속하는 과정은 분명 유용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 과정 속에서 더 크게 다가온 것은 하나의 진리였다. AI가 똑똑해질수록 인간도 반드시 더 똑똑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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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연구가 말한다. 인간이 여전히 AI보다 강한 영역이 있다. 큰 그림을 그리는 통합적 사고, 맥락 파악, 감정적 공감, 윤리적 판단, 창의적 문제 재구성 같은 능력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MIT는 입을 모아 “AI는 빠른 추론은 가능하지만, 비전을 설정하고 방향을 정하는 일은 인간 리더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구글이나 GE 같은 글로벌 기업의 협업 사례에서도, AI가 실무를 뒷받침할 수는 있어도 인간이 ‘리더·감독자’ 역할을 맡지 않으면 성과가 왜곡된다는 교훈이 반복된다.


나는 AI를 똑똑하지만 미숙한 신입 직원에 비유하고 싶다. 신입은 지칠 줄 모르고, 맡긴 일을 성실하게 처리한다. 하지만 위기를 인식하거나 조직 전체의 방향을 잡는 일에는 약하다. 이때 중요한 건 리더다. 무능한 리더 아래선 조직이 망가진다. 엔론, 코닥, 블랙베리 같은 기업은 결국 위에서의 리더십 상실이 치명타가 되어 몰락했다. 반대로 유능한 리더가 신입의 역량을 잘 길러주면, 그 신입은 곧 조직의 핵심 인재로 성장한다. AI도 같다.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 차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AI 도구를 쓰더라도 단순히 “도입만 한 조직”과 “인간이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한 조직” 사이에는 성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결국 AI 성과의 차이는 인간의 활용 수준에서 갈린다는 것이다.


철학자 니콜라스 카는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인간의 사고력이 무뎌진다”고 경고했다. 하버마스나 레비나스 역시 인간의 분별력과 윤리적 성찰이 약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UNESCO와 OECD는 미래 교육의 핵심으로 문제 재구성 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력, 윤리의식, 인간관계 기술을 꼽는다. 하버드 교육대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AI 시대에 인간은 질문하는 능력을 가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답은 명확하다. AI가 못하는 것, 가치의 방향을 설정하고 맥락을 창조하는 일은 인간만의 몫이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 능력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어떤 그림을 그리게 할지는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려 있다.

AI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AI를 길들이고,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삼으면 된다. 다만 한 가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인간은 더 똑똑해져야 한다.

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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