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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 전쟁 : 지식의 파편들

(2) 책 전쟁 : 지식의 파편들

불확실성의 그림자


어디선가 본 이야기,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모아 쓴다.

그러나 그 조합 속에서 아직 보지 못한 시선이 드러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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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륙이 발견되기 전까지 옛 세상 사람들은 모든 백조가 희다고 확신했다. 수천 년간 수백만 마리의 흰 백조를 관찰한 경험적 증거는 이 믿음을 굳건히 지지했다. 하지만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가 등장하자, 그 오랜 믿음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러한 사건을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 명명했다. 블랙 스완은 극히 드물고, 엄청난 충격을 주며, 사후에야 예측 가능한 것처럼 설명되는 사건을 말한다. 9/11 테러나 구글의 성공처럼, 세상의 거의 모든 중대한 사건은 블랙 스완의 특성을 띤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중요한 블랙 스완을 예측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놀라는 것일까? 그 원인은 우리 마음의 작동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를 **‘서사적 오류(narrative fallacy)’**라고 하는데, 논리적 연결고리가 없는 사실들을 인과관계로 엮으려는 경향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기억하기 쉽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우리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심화시킨다. 대니얼 카너먼이 설명하는 ‘시스템 1’은 현재 활성화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최대한 그럴듯한 이야기를 자동으로 구성한다. 이때 정보의 양이나 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결국 우리는 ‘보이는 것이 전부(WYSIATI)’라는 원칙 아래 제한된 증거만으로 성급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인지적 편향은 과거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착각,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과신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개인적 차원의 인지적 맹점은 사회 전체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붕괴』에서 사회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이유를 탐구하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문제 인식의 실패’**를 꼽는다. 이는 기후 변화처럼 변동 폭이 큰 데이터 뒤에 숨어 있는 느린 추세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지배 엘리트 계층이 문제의 결과로부터 스스로를 절연시켜 해결 의지를 잃어버리는 상황을 포함한다. 결국 사회 역시 서사적 오류와 인지 편향에 사로잡혀 눈앞의 위기를 보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마치 칠면조가 1,000일 동안 주어지는 모이를 통해 주인의 호의를 확신하지만, 1,001일째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르는 운명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서로 다른 책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우리의 뇌는 질서정연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선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예측 불가능하고 거대한 충격을 주는 ‘블랙 스완’의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인지적 한계가 사회 전체로 확장될 때, 한때 번성했던 문명조차 스스로 붕괴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오늘의 메시지: “단순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우리의 정신적 습관은, 문명을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한 불확실성을 외면하게 만든다.”


� 오늘 당신은 어떤 단순한 설명을 의심하고, 어떤 불확실성을 마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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