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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따뜻한 오후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너의 아파트~"


날이 따뜻한 어느 오후, 정수는 어느 공원에 발길을 멈췄다. 아직 날이 쌀쌀해서인지 그곳에는 어르신 몇분이 녹색 막걸리 병에 들어 있는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있었다. 노란색 잔에 담겨진 하얀 막걸리를 들이킨 어르신들의 얼굴은 새빨갛게 변해 갔다. 공원에는 윤수일의 아파트 노래가 울려 퍼졌다.

기분좋은 오후이다. 겨우 내내 너무 추워서 밖으로 나가기가 너무 싫어 따뜻한 이불속에만 누워 있던 정수는 바람이라도 쐬고자 두꺼운 점퍼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었다.  

공원에는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그도 오랫만에 바람을 쐬러 나온 모양이었다.


"이거 받으세요~"


그 앞을 지나가는데 그가 무언가를 내민다. 자세히 보니 교회 안내지였다. 정수는 종이를 받아 들고 공원의 한쪽 자리에 자리 잡았다.


'글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이 종이를 나눠 주다니. 그는 이 종이의 내용을 알고는 있을까?'


그냥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궁금증을 그만 두기로 했다.


'교회에서 그냥 주니까. 시키는데로 했겠지 뭐..'


크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따르릉~ 아저씨 비키세요~"


한꼬마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잽싸게 지나간다.


"이런~ 조심해 꼬마야~"


듣는둥 마는 둥 하며 꼬마아이는 정수의 앞을 지나갔다. 정수는 시각 장애인이 궁금했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나와서 고생을 할까. 정수는 시각 장애인을 조금더 지켜 보기로 했다.

장애인은 막대기를 들고 가방을 그대로 맨 체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오는지 마는지 종이를 들고 받으라고 외쳤다. 주변에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무척 열심히 였다. 간혹가다 그의 종이를 받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는 그렇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는 그것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차가운 바람을 맞고 서 있어도 기쁨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옆에는 아직도 일을 할 수 있는 중년의 남성이 망연자실한 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의 남자는 삶의 희망을 잃은 듯 했다.

정수는 그 광경을 보며 삶의 행복이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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