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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저.. 저기요, 제가 선물을 하나 드릴게 있는데요..."

철희는 모르는 남자에게 선물을 준다며 주먹쥔 손을 내밀었다.모르는 남자는 철희의 이상한 행동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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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심한 철희의 이야기

김철희, 그는 작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렸을 때 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는 그는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미술을 접고 그림을 그리는 편집실에서 작은 편집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그림에 소질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잘 그릴 수 있었던 이유는 어릴때 부터 소심했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림 그리기 였기 때문이었다. 그림을 그릴때야 말로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기에 그때가 가장 행복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회사에서 내성적이며 별 탈 없이 다니던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우연히 접하게 되었던 SNS였다. 그곳에서 철희는 초등학교때 짝사랑했던 미영이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초등학교때 전교 회장을 할 정도로 성격도 활달하고 얼굴도 무척 이뻤던 미영이가 철희는 무척 맘에 들었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한번도 제대로 좋아한다고 말한적이 없었다.

SNS에서 보게 된 미영이는 놀랍게도 '노랑리본 제작소'라는 곳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었다. 사진을 보니 미영이는 리본을 만들고 있었다.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미영이는 지금도 철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철희는 시간을 내어 그곳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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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사랑 미영이

광화문의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 '노랑리본 제작소'로 간 철희는 미영이를 보자마자 금방 알아 볼 수 있었다. 활발하고 시원시원한 그녀는 어릴때의 얼굴이 지금도 남아 있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은 초등학생 때와는 달리 말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었다. 미영이는 철희를 알아 보았다. 철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미영이에게 말을 걸었다.

'오랫만이네~'

미영이는 철희를 한눈에 알아 보았다. 미영이는 인권 사무소에서 일한다고 했다. 인권 사무소에서 일을 하면서 매일 노란 리본을 만든다고 했다. 철희는 그때 부터 미영이가 매일 간다는 '노랑리본제작소'를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영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녀를 보면 가슴이 뛰는 것이 신기할 정도 였다. 그러다가 리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철희는 리본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몰랐다. 미영이가 철희에게 리본의 의미를 알려 주었다.

"아~ 세월호 리본"

철희는 그 때 알았다. 작년 이맘때 세월호에 아이들이 죽었고 그뒤로 노랑리본을 제작해서 나눠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철희는 그때 부터 노랑 리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이후 철희는 노랑 리본만들기 뿐 아니라 집회에도 참여 하는등 열성적이 되어 갔다. 미영이 덕에 알게된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도 관심이 갔지만 주말이면 참가 한다는 세월호 집회에 홀로 가는 그녀가 혹시나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켜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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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곳은 노랑리본 제작소

'노랑제작소' 사람들의 면면은 너무나 다양했다. 우연히 광화문에 들렀다가 리본을 만들면서 빠지게 되신 분도 계시고, 주부, 학생, 전직 경찰, 기자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아픔을 같이 했다. 철희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아픔을 같이 한다는 사실에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부모가 죽으면 자식은 부모를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마음속에 묻는다'

그들은 한가지 마음 뿐이었다 아픔을 나누고 이 아픔을 잊지 않는 것 그 뿐이었다. 광화문일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받아 갔지만 그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사람들은 무관심했다. 그래서 철희는 생각했다.

'리본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자'

철희는 리본을 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리본을 나누어 주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리본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리본에 무관심했다. 리본을 달고 다니느니 인형을 달고 다닌다고 한 사람도 있고 아직도 안 끝났냐며 역정을 들기도 했다. 그때 마다 철희는 생각했다.

'나의 작은 날갯짓이라도 도움이 될거야. 분명히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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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날 철희에게 무슨일이?

그날 철희는 회사 일이 끝나고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마침 옆테이블에는 연인이 뭐가 좋은지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여자 친구가 최근에 산 검은색 가방이 맘에 들었던 것이다. 여자는 가방을 매며 흠씬 기뻐했다. 그런데 검정색 가방을 보자마자 철희는 '저 가방에 노란색 리본이면 참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가방에 달려 있던 리본을 떼서 옆에 있는 연인에게 갔던 것이다.

"저.. 저기요, 제가 선물을 하나 드릴게 있는데요..."

남자는 철희를 이상한 눈으로 보더니 옆에 있는 연인 때문인지 멋쩍어 하며 손을 내밀었다. 철희가 손을 내밀기 전까지 남자는 '장난치면 주먹을 날려 버리겠어'라는 표정으로 쳐다 보았다.

"노란 리본입니다... 가방에 잘 어울릴것 같아서.."

철희는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심했던 철희는 리본을 주고 옆 자리로 쏜살같이 가서 앉았다. 리본을 받았던 남자는 잠시 주춤 하더니 리본을 주머니에 넣는 것이 보였다. 철희는 아차 싶었다. 가방에 달면 좋은데 그 얘기를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가방에 리본을 다는 것을 강제로 시킬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얼마전 리본을 받았던 다른 이가 쓰레기통에 넣는 것을 본 이후로 철희는 무척 걱정이 되었다.

철희는 남자가 어떻게 하는지 슬쩍슬쩍 보았다. 그런데 그 남자는 아무일 없는 듯이 여자친구와 수다를 떨며 즐거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잠시뒤 여자친구와 일어서서 갈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자 친구의 검정색 가방에는 리본이 달려 있지 않았다. 철희는 몹시 안타까웠다. 이렇게 리본은 버려지는 걸까... 두 연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철희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무언가 기분이 나빠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괜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 연인에게 쓸데 없는 짓을 했나...'

소심한 철희는 후회 했다.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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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자가 가방을 옆으로 매는 순간, 노란 리본이 나타났다. 철희는 눈을 의심했다. 노란 리본은 남자의 가방에 아름다운 자태로 매달려 있었던 것이었다. 철희는 눈물이 났다. 리본을 받아주고 자신의 가방에 보기좋게 달아 주었던 그 남자가 정말 고마웠다. 철희는 앞으로도 더 열심히 리본을 나누어 주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이들아 너희들의 죽음을 잊지 않을게, 더 많은 리본이 너희를 지켜줄 거야. 이것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

철희는 고개를 숙인채 훌쩍이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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